그림동화책이 달라지고 있다.

글과 그림을 함께 쓰고 그리는 그림동화전문작가가 늘어나면서 종래
외국그림일색이거나 조악하던 그림동화책분야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그림동화의 경우 그림과 글이 같은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종래 글의 부속물로 여겨져 소홀히 취급되던 그림이 점차 개성
있고 독창적으로 변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삽화가로 아동문학분야에 참가하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림과 동화를 동시에 그리고 쓰는 그림동화작가로 탈바꿈하면서 이른바
그림동화전문작가 시대를 열고 있다.

이들 전문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동화책은 무엇보다 우선 그림이 독특하고
세련돼 국내 그림동화책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동화전문작가의 작품을 출판하는 대표적인 곳은 비룡소와 계몽사.

이들 출판사는 전문일러스트레이터 발굴을 위해 동화일러스트레이트
공모전도 마련하고 있다.

비룡소의 모회사인 민음사는 한국출판미술가협회와 공동으로 신인그림동화
작가를 발굴하는 "황금도깨비상" 공모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상의 올해 응모작은 1백여편을 넘어 그림동화작가의 인기를 반영했다.

지난해 황금도깨비상 수상자는 "작은새의 눈물"을 발표한 나애경씨였으며
올해는 "이사가는 날"의 김세온씨가 당선됐다.

"작은새의 눈물"이나 "이사 가는 날"의 그림은 삽화 차원을 넘어 회화적
미학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로 외국그림동화책의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아동서적 전문출판사인 계몽사도 올해초부터 서울그림책일러스트레이션
컨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민음사가 신인그림동화작가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계몽사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발굴을 위해 기존과 신인 어느쪽에나
출품기회를 주고 있다.

자신이 창작한 동화에 맞춰 그려도 되고 기존동화내용을 재구성한뒤 그림만
창작해도 된다.

95년의 경우 2월10-20일 접수할 예정.

올해 첫대상은 "별과소년"을 출품한 한양여전 산업디자인과학생 전은영씨가
받았다.

계몽사는 또 판화작가 이동진씨의 글과 그림으로 이뤄진 "바보 이야기"
시리즈 10권을 출간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그림동화에 판화기법을 이용했다는 점과 한국적소재의 그림을
동화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그림동화작가의 선두주자로는 강우현씨와 류재수씨가 꼽힌다.

강우현씨는 일본에서 열린 노마국제그림책 원화콩쿠르 그랑프리,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등을 수상,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작가.

류재수씨 역시 노마콩쿠르에 입상했으며 그림책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비룡소의 박상순부장은 "출판미술의 수요는 많으나 그림동화작가라 부를수
있는 사람을 키워 놓지 못한게 아동물 출판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내외 그림동화책 시장규모에 맞춰 하루빨리
독창적인 그림동화작가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