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국의 경제관료] (60) 제5편 신패러다임을 (9) 대일비교론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첫 산봉오리를 넘으면 두번째 산이 버티고 서있다. 기를 쓰고 세번째
    봉오리까지 넘는다. 그래봐야 뭐하나. 이번에는 네번째 산이 앞을 가로
    막는데..."

    지난 2일 일본의 중앙부처가 모여있는 도쿄 가세미가세키의 총리관저.

    무라야마 일본총리는 연금개혁법이 막 참의원(상원)에서 통과.확정된 직후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각종 개혁조치에 대한 관료들의 "비협조"가 생각이상이라는 하소연이었다.

    연금개혁법의 골자는 사실 공무원에게는 좀 불리하게 돼 있다.

    연금을 맨 처음 탈 수 있는 연령을 60세에서 65세 이후로 늦춘데다 요율은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 노령화사회를 한참 치닫고 있는 중이다.

    연금법도 이같은 시대흐름을 따른 것이다.

    내용도 별로 대단한게 아니다.

    "개정"정도의 표현으로 족할 법하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금융.외환제도를 고치면서 "개선안"이라는 말보다는
    "개혁안"으로 쓰는 것처럼 일본도 이 정도의 내용을 "개혁"으로 표현한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그만큼 법령이나 제도 하나를 고치는데 걸리적 거리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 걸림돌이 바로 관료집단이다.

    무라야마총리가 편 "일산.사산론"의 산은 바로 관료집단을 뜻한다.

    "규제완화와 제도의 투명성이 재임기간중 내건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러나
    나는 관료들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개혁의 상징인물"로 신선감을 더했던 호소카와 전총리가 퇴임직후인 지난
    4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토로한 얘기다.

    "개혁"이란 이미지에 힘입어 역대 일본총리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그에게도 관료집단의 존재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는 말이다.

    일본에서 "관의 파워"를 실감케 하는 단적인 일화가 있다.

    올 1월의 일이다.

    일본정계의 막후실력자이자 개혁의 핵심참모였던 오자와의원이 사이토
    대장성차관과 도쿄중심부의 고급요정 내실에서 만났다.

    일본정부 최대의 난제인 경제활성화방안에 대한 대장성관료들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소득세인하에 동의해 달라는 당부였다.

    당시 일본경제신문의 표현을 빌리면 "대장성만 빼고는 거의 모든 국민들간
    에 합의가 이뤄져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사이토차관은 오자와의 말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소비세의 대폭 인상으로 세수결함이 보전돼야만 소득세인하에 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호소카와정권의 개혁과 경제활성화시책이 한꺼번에 주춤해지게 된 건 물론
    이었다.

    이렇게 현직 총리도, 정계의 최고실력자도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집단
    이 일본의 관료들이다.

    그들은 국민들의 여론조차도 "중우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관료를 비판하는 기사나 글들이 대유행이다.

    "정부의 호송선단식 은행과보호행정이 일본의 금융산업을 망가뜨렸다.
    대장성을 즉각 분할해 권한을 대폭 축소시켜야 한다"

    "국제분업과 자유무역이 요구되는 시대에 모든 산업을 육성한다는 통산성의
    발상은 시대착오다. 통산성은 해체돼야 한다"(PHP연구소)

    "각 행정부처가 자기 관할권의 논리만 내세워 정책의 기동성을 잃고 있다.
    부처의 대폭 통폐합을 통해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가토 일게이오대교수)는
    주장이 거침없이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겉모습으로는 신통하게도 우리와 닮은 꼴을 이루고 있다.

    "지나친 규제" "부처할거주의" "불투명한 행정" 등등.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판이한 차이가 한가지 있다.

    최소한 일본에서는 "복지부동"이란 말은 없다는 점이다.

    우리관료들처럼 "세월아 가라"며 바짝 엎드려 있는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복지부동은 커녕 "우리가 아니면 안된다"는 관료들의 지나친 열성이
    오히려 "망국론"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역설적 진단도 가능하다.

    관료집단의 자부심과 엘리트의식은 일본사회내의 어느 계층보다도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걸 뒷받침하는게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인사관리제도다.

    우선 관료들의 승진이 우리처럼 장관 1인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계장(사무관)이하는 국장이 하되 과장대리(서기관)이상은 각 부처의
    인사과가 한다.

    물론 평가기준도 투명하다.

    <>근속연수및 연령 <>관련업무경험 <>근무실적 <>업무관련 지식과 기술
    <>판단및 실천능력 <>교육지도력및 관리능력 <>인격및 성격 <>건강등 복잡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치열한 내부경쟁을 거쳐 간부로 승진해 살아남는 관료들인 만큼 능력도
    있다.

    자존심이 셀 수 밖에 없고 패기와 용기면에서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일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일본의 관료다.

    그러니까 일본의 관료개조론은 이같은 "적극성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처럼 복지부동의 세월속에 면피주의에서 초래되는 "소극성에 대한
    비판"과는 분명히 다르다.

    <정리=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2일자).

    ADVERTISEMENT

    1. 1

      "어떻게 계엄 때보다 더 심하냐"…저녁 회식 실종에 '비명' [이슈+]

      "연말 맞나요? 작년 12월보다 더 손님이 없어요. 웃음만 나옵니다." 연말·연초 외식업계 대목이 실종되는 추세다. 1년 전 12·3 비상계엄 여파로 연말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최악' 평가를 받았던 때보다, 올해 체감 경기는 더 냉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업계는 '연말·연초 대목이라는 게 갈수록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20일 한식 업종의 카드 결제 추정액은 1조21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4% 줄었다. 같은 달 7~13일 카드 결제 추정액이 1조130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한 데 이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소비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3.3% 감소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영향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소비가 21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이다. 지출을 줄여야 할 때 먹는 것과 입는 것부터 소비를 조인다는 가계 긴축 신호가 뚜렷한 셈이다.한 자영업자는 "지갑을 많이 닫는 분위기"라며 "원래는 12월 중순부터 단체 예약 문의가 늘어나야 하는데, 이번엔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회식 문화가 무섭게 없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연말 모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연말 경기가 유독 나쁘다는 하소연이 잇따라 올라왔다. 커뮤니티는 "너무나 끔찍한 연말이다", "갈수록 연말이 연말처럼 안 느껴진다", "연말이라 기대했는데 저녁만 되면 손님 발걸음이 뚝 끊긴다"

    2. 2

      [포토] 하나은행 신입 행원들 '희망'을 외친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하나은행 신입 행원들이 인천 청라동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새해 소망을 담아 바람개비를 돌리며 환호하고 있다. 하나은행 신입행원 200여 명은 이곳에서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한 뒤 일선 영업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3. 3

      암 진단솔루션 국산화 성공한 이 회사 "2030년 매출 300억"

      "진단 암 종류를 늘리고 수출을 확대해 2030년 300억 매출을 올릴 겁니다."암 정밀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 분석 솔루션 '콴티'를 개발한 에이비스의 이대홍 대표는 2021년 이 회사를 창업했다. 콴티는 병원에서 암 세포 병리진단을 할 때 정량적 수치로 암 세포의 갯수와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다. 병리과 의사가 어떤 항암제로 치료를 해야될지 판단할 때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알려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이 대표는 "정확한 세포 수를 측정하기 위해 15명의 병리과 의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약 5000만 종의 유방암 세포를 일일이 라벨링하는 데만 1년반이 걸렸다"며 "현재 유방암에만 적용 가능한데 위암, 갑상선암, 폐암 등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콴티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건 2024년 9월이었다. 이 대표는 "허가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부천순천향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전국 11개 병원에 들어갔다"며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오마커(her2)에 적용을 마쳤고 다른 바이오마커로도 확장할 것"이라며 "진단 정확도, 일치도, 고해상도의 이미지와 빠른 속도 등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바이오마커란 병리과 이사들이 암 세포의 발현 정도를 측정하는 도구로, 콴티가 이를 고해상도의 이미지로 변환해 일일이 세포 갯수를 세어 분석해주는 방식이다. 콴티는 이미지 1장당 1~2GB의 높은 해상도로 세포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리포트까지 작성해주기 때문에 의사들의 편의성이 개선된 데다 누가 진단해도 일관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