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주식투자한도확대시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외국인의 투자확대로 주가상승이 기대됨에 따라 국내투자자들이 한도
확대에 앞서 외국인들이 좋아할 주식을 미리 사 차익을 확보해 둘 수
있는 이른바 선취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12월부터 외국인주식투자한도가 현행 10%에서 12%로 확대되면서
기대되는 외국인투자자금의 추가유입규모는 대략 2조5천억원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한도확대발표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이 순매도세를 보이면서
확보해 둔 현금도 있다.

10월에만 외국인들은 6천5백73억원어치 주식을 사고 7천6백33억원어치를
팔아 1천60억원정도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주식 매도자금은 거의 국외로 유출되지 않고 있지만 한도확대를 겨냥한
추가자금도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최근 유럽의 대표적인 씽크탱크인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주요국증시를 평가한 보고서에서 한국증시를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같이 해외에서 한국증시를 밝게 보고 있어 외국인자금은 어차피
들어올 것이고 선취매의 가능성도 있어 이같은 외국인자금이 주식시장
에서 어느종목으로 쏠릴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들과 연결고리를 잇고 있는 국내증권사관계자들은 중가대형주
들을 외국인투자유망종목으로 가장 먼저 꼽는다.

여기에 최근 조정을 겪고 있는 고가대형주와 일부 금융주들도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라고 지적한다.

이들 종목은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성장성과 유동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이동통신 럭키 대우증권 유공 금성사 삼성화재
신영증권 한양화학 화성화학 녹십자등 30~40개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경기호황에 따른 실적호전이 예상돼 주가상승이 기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도에 묶인 외국인들이 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OTC)에서
형성되고 있는 프리미엄정도에서 이들 종목의 인기도를 읽을 수 있다.

대우증권의 구자삼국제영업부장은 "보통주와 가격차가 큰데다 최근
관계기관이 가격지지대책이 마련된 우선주를 외국인들에게 추천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외국인투자한도확대에 따른 기대심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우선 한도가 확대됐다고 해서 추정만큼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증시로
몰려 오겠느냐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중에서 수익성이 높은
종목을 고를 뿐만 아니라 세계증시에서 유망한 시장을 선별하는
국제적인 포트폴리오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때 최근 한국증시는 외국시장,특히 동남아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상실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초에 쭉 밀리던 다른 아시아증시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경제성장률이나 금리등 다른 경제지표도 더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호주 뉴질랜드 일본을 포함하는 아시아증시에서 한국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싯가총액기준으로 3.5%에 불과한데 비해 현재 외국인
들이 한국시장에 투자한 자금은 전체아시아투자액의 10~12%에 달해
이미 과도한 투자를 해 놓은 상태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증시의 상대적저평가근거가 됐던 주가수익비율(PER)도 최근의
주가상승으로 20배를 넘어 전체 평균치까지 근접한데다 가장 강력한
경쟁관계인 홍콩의 14배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기까지 한다.

외국인투자자금의 국내유입여부와 정도를 결정할 또 다른 요인으로
다음주 15일 열릴 미연준리(FRB)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의 기준금리
인상폭도 있다.

이미 0.5%포인트인상은 채권시장에서 30년짜리미재무성채권수익률이
8%를 크게 넘어서는등 증시와 채권시장에 기정사실로 반영돼 있는
상태다.

FOMC가 기준금리를 그 이상 올리는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증시에
투자된 외국인자금은 미국으로 방향을 틀 것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아시아증시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것이지만 최근 홍콩증시의 상승세가 한국시장에는
큰 부담이다.

쟈딘 플레밍증권서울지점의 이종환이사는 현재 9,400대에 머물고 있는
홍콩증시의 항생지수가 9,700을 돌파할 경우 서울증시는 상대적으로
외국인투자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투자한도가 확대되더라도 관심있는 30~40개종목에
외국인자금이 집중됐다가 내년 상반기중에 일시에 빠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이사의 분석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매도우위를 유지하며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국제적포트폴리오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한도확대를 앞둔 선취매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노명섭 대신증권국제영업부차장은 국내투자자들이 장기적인 투자에
익숙치 않아 선취매는 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도확대와 함께 국내증시투자의 국제적인 시각이 보다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