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확정발표한 94추곡수매안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국내쌀시장이 국제시장에 편입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라 할수 있다.

국내 요인으로는 쌀시장에도 최초로 시장원리가 도입됐음을 지적할수
있겠다.

추곡가 산정의 기초인 올해 쌀생산비가 지난해보다 12%나 크게 줄었다는
점, 고미가 이중곡가제도를 언제까지나 끌고갈수는 없었다는 점도 고려사항
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내부에서조차 큰논란을 불러 일으킨 추곡문제였던 만큼 정부의
이같은 가격동결안이 국회와 농민들의 동의를 얼마나 얻어낼지는 미지수
이다.

더구나 쌀시장의 기저를 흔드는 구조전환인 터여서 국내 쌀생산에 줄
충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농협등 농민단체는 9%선 인상을 요구한바 있고 민자당 농의회가 5%,
민주당 10%, 가장 현실적 대안을 낸것으로 평가된 양곡유통위원회가 3-6%의
인상안을 건의한바 있어 정부안과의 거리는 매우 크다.

더우기 추곡가 동의안이 국회에서 UR비준문제와 연계된다면 국회는 12.12
기소문제와 관련된 정치권의 갈등을 당장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도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르면 우리정부가 쌀농가에 줄수있는 내년도
보조금총액은 2조3백44억원.

올해 추곡수매가 정부안대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보조금총액은 내년
허용치보다 1백16억원이 많은 2조4백60억원에 달하게 된다.

만일 올해 추곡수매 보조금을 국회동의 과정에서 일정액 인상하게 된다면
그만큼 내년도 감축폭이 확대된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추곡가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올해의 쌀생산추세다.

정부가 이날 추곡수매와 함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쌀생산량은
3천4백35만섬으로 지난해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장기적인 감소추세를 계속한
것이었다.

매년 2만ha씩 줄어들던 경작면적 감소현상이 올해는 더욱 심각해 3만3천ha
나 줄어든 것이 생산량 감소의 주된 요인이었다는 것이 농림수산부의 설명.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대한 농민들의 불안이 올해의 경작포기를 늘렸다면
올해의 추곡수매 감축은 내년도 영농의사에 더욱 직접적인 치명타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

쌀생산력이 현수준을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소폭의 경작면적 감소만으로도
최저 6백만섬으로 책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쌀비축하한선과 식량안보라는
기본 명제가 하반기경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것이 확실하다.

추곡수매안과 함께 발표된 국내 쌀시장 제도개선방안은 그래서 관심을
끈다.

정부는 쌀시장 제도개선방안으로 우선 쌀값의 계절진폭을 올해의 7%에서
내년엔 10%로 올릴 방침이다.

계절진폭의 달성시기도 당초의 가을에서 여름이전으로 당겨 농민들이
쌀값인상을 피부로 느낄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추곡수매에 대한 압력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민간 미곡종합처리장에 대해 5백74억원의 원료곡 매입자금을 지원해
쌀시장을 장기적으로 민간시장화하겠다는 것도 정부의 대안이다.

"쌀장사를 이익이 남는 장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날 발표에 나선 이석채
농림수산부 차관의 설명이기도 하다.

추곡수매안에 대한 국회동의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또다른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영농포기 농민에 대해 직접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추곡수매에
갈음하는 비료대금과 농기계구입비등을 청산해 주는 방안이 있지만 이같은
비상처방은 내년이후 쌀시장추세를 보아가며 최악의 경우에 내놓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