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업계가 디스카운트스토어 회원제창고형매장등 가격할인점의 등장에
따른 가격파괴경쟁에 대한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산품과 가공식품이 주력인 수퍼마켓은 고급 패션의류가 주품목인
백화점이나 지역밀착형 편의점과는 달리 할인점과 겹치는 취급품목이
많아 가격파괴경쟁의 영향을 받을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마트가 위치한 창동이나 일산은 물론 최근 프라이스클럽이 개점한
양평동인근 대형 슈퍼마켓의 경우 일평균 매출이 1백만-1백50만원 가량
떨어지는등 고전하고 있으며 전폐업하는 중소 자영수퍼도 늘고 있다.

슈퍼업계는 앞으로 할인점이 다점포화되면 각종 행사나 명절때 대량구매
고객을 빼앗기는등 존립기반까지 위협받을 것으로 보고 자구책 수립에 고심
하고 있다.

할인점에 대한 수퍼업계의 대응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동시세일 등 맞불작전
에 치우쳐 있지만 장기적으론 1차식품위주로 상품군을 특화하고 저가 해외
상품이나 대고객서비스 개발 그리고 할인점사업의 동참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슈퍼업계는 우선 할인점부근 점포엔 3-5개로 구분된 판매가격중 가장 낮은
가격정책을 적용하고 타점포에도 주말장 한정세일 요일별 할인판매 등 각종
이벤트를 통해 10-20%가량 할인판매하여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또 할인점이 박스단위로 저가판매를 유도하는데 착안, 라면 씨리얼 과자
등을 묶어 20-30%가량 할인하는 묶음판매를 일반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상품선정에 한계가 있으며 묶음판매는 1회에 15일 전체적으론
연간 60일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는데다 상권별 판매가 조정도 타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운신폭이 좁아 큰 효과는 못보는게 현실.

따라서 수퍼업계는 할인점과 경쟁이 가능한 1차식품을 주력상품으로 구성
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저가격경쟁의 틈새를 파고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 인근 직영점의 경영동향을 분석한 해태유통은 공산품은
크게 위축된 반면 생식품의 경쟁력은 뒤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하 1층 식품매장을 임대로 운영하는 이마트와는 달리 1차식품에 특화된
노하우를 살리면 가격이나 선도면에서 뒤질게 없다는 것이다.

하태봉LG유통사장은 "고객들은 싼 것만을 원하지 않는다. 고급서비스와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추는게 수퍼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슈퍼업계의 상품정책도 변화되고 있다.

업계는 할인점이 해외저가수입품을 취급하는 것과 관련, 해외상품팀이나
그룹내 종합상사와 연계한 해외상품은 물론 자사상표(PB)상품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공급가가 높은 메이커에게는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슈퍼체인협회
차원의 공동구매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할인점사업에 동참, 동일한 조건하에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는게 수퍼업계의 판단이다.

농심가가 이미 내년 5월 부산시내에 위치한 영남물류센터를 메가마켓이란
할인점으로 개점할 것을 발표했으며 해태유통도 최근 주력사업을 슈퍼마켓과
할인점으로 설정하고 부지를 물색중이다.

LG유통도 내년 3월 이전하게 되는 성수동 본사 부지를 할인점이나
디스카운트형 신업태로 운영할 것을 검토중이다.

한양유통은 프랑스 프로모데스사와의 기술제휴로 하이퍼마켓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퍼마켓은 월마트의 수퍼스토어처럼 슈퍼마켓이 대형화된 것으로
할인점과 1차식품 전문매장의 장점을 흡수한 신업태.

국내 슈퍼업계가 구상하는 할인점은 1천5백-2천평의 소규모에 생식품을
중심으로 공산잡화 간단한 의류 및 가전제품을 갖춘 형태이다.

해태유통 김상화이사는 "1차식품에 강한 슈퍼의 이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