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 -11월초는 연중 최악의 부킹전쟁이 벌어지는 계절.

각 골프장들은 밀려드는 부킹청탁에 아예 몸서리를 칠 정도이고 골퍼들
입장에서는 겨울이 오기전에 한번이라도 더 필드를 밟으려 아우성을 치고
있다.

골프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첫팀 티오프시간은 오전
6시36분.

사실 이때도 물체 식별이 가까스로 가능할 정도로 컴컴한 시간이다.

마지막팀은 늦어도 하오1시 12분정도에는 나가야 힘겹게 플레이를 마칠수
있다.

진행이 더딘 골프장에서는 마지막 한두홀을 돌기가 어렵게 되는 상황도
흔히 발생하는 시간이다.

단 7-8분간격 티오프하는 일부 골프장만이 1시30분정도에 나간다.

이같은 "부킹가능시간"은 새벽5시에 시작해서 거의 3시30분까지는 나갈수
있는 한 여름에 비해 4시간이상 줄어든 것이다.

거기다 해가 급속도로 짧아지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팀씩 첫팀은 늦어지고
마지막팀은 당겨져야 한다.

그러나 황금의 가을필드가 눈앞에 아른 거리는 골퍼들은 이같은 자연현상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골퍼라면 누구나 부킹에 나선다.

결국 부킹가능팀수는 크게 줄었으나 수요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요즘이
골퍼들이나 골프장이 연중 가장 부킹난을 실감하는 시기이다.

이같은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골프인구는 누구나 주지하다시피 급증하는데 코스는 거의 그대로이기
때문.

올들어 2-3개골프장이 새로 개장했지만 그같은 코스증설은 코끼리에
비스켓격이다.

묘안이 없는 부킹난.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나가는 사람은 매주말 나가니 그걸 어떻게 설명
해야 할까.

(김흥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