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경기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해운업의 호경기는 운임이 상승하고 거의 동시에 배를 빌리는 가격
(용선료)이 따라 오르며 배 값(중고선가격)이 뒤따라 비싸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세계 해상운임료의 추세를 반영하는 BFI(런던시장 운임지수)는 지난13일
1,800선을 웃돌면서 약3년6개월만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운임지수는 25일현재 1,871을 나타내면서 최고기록 경신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극동지역을 중심으로한 실제운임료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5만DWT(중량톤수)급 벌크선을 기준한 브라질과 극동간의 철광석 해상
수송료는 연초의 t당 8.8달러정도에서 지난7월에는 10달러선을 넘어섰고
현재는 12-13달러수준에 달하고 있다.

곡물수송에 적합한 선형인 파나막스급(파나마운화를 통과하는 크기의 배)의
곡물수송운임도 미국동부와 극동간을 기준으로 할때 최근 3개월정도사이에
t당 21달러정도에 28달러수준으로 치솟았다.

배를 빌리는 용선료도 지난9월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파나막스급 벌크선의 태평양항로 용선료는 현재 하루 1만3천달러 수준으로
지난8월의 평균치인 9천6백11달러보다 3천3백89달러정도(35%)나 뛰었다.

중고선 가격도 9월이후 다시 꿈틀되고 있다.

운임과 용선료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파나막스급의 경우 선령
5년인 선박은 지난7,8월만해도 1천9백50만달러순이었으나 9월이후 2천만
달러이상의 시세를 형성하는등 배 값이 비싸졌다.

철광석 곡물 석탄같은 벌크화물은 전세계 해상물동량(연간 45억t규모)의
75%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들 기초원자재와 곡물물동량의 증가가
가공품이나 완제품을 수송하는 해상컨테이너항로(정기선)의 경기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해운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운업 경기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로 설명되고 있다.

외부경제환경으로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특히 일본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날 기미를 보여 기초원자재 물동량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곡물의 경우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흉년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식량수입물량을
대폭 늘이면서 나아 수송선박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해운업내부적으로 보통 20년사이클로 찾아오는 선박교체기를 맞이해
폐선매각되는 노후선이 많아져 물동량증가에 대해 상대적으로 운임상승폭이
더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의 고순영이사는 세계 경제성장률예측과 선박수급상황에 비춰볼때
해운경기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해운경기상승세에 따라 우리나라 해운회사들의 영업실적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조양상선등 대형선사들은 연초에 잡은 금년도 매출액
(운임수입)목표를 가볍게 달성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벌크선 전문해운회사인 범양상선의 경우 매출목표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으나 세계적인 부정기선 운임상승에 따라 우리나라 선사가운데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게 주변의 관측이다.

실제로 31개 국적외항선사들의 올상반기중 매출액은 모두 2조9천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8%가 늘어났다.

같은기간중 순이익은 5백58억원으로 작년 한해의 전체순이익(5백39억원)을
넘어서는 호조를 나타냈다.

해운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선사의 경우 중고선매입규제완화조치가 올해부터
시작됨으로써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벌크선을 제대도 확보하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해운강국인 그리스의 경우 지난92년초에 미리 벌크선을 집중 확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중고선매매나 대선등을 통한 특별이익은
크게 못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운임상승으로 인한 매출증대에
대한 기대감은 확산되고 있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