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할까. 엄청난 기술혁신은 미래기업들에 어떤 체형을 요구하는 것일까.

선뜻 대답하기 곤란한 이같은 질문에 답을 제시하려는 2권의 책이
나란히 번역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남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 부설 "효과적 조직을 위한 연구센터"
(CEO)에 근무하는 연구원 7명이 공동집필한 "21세기 기업"(박수규역.
한국경제신문사간)과 윌리엄 데비도와 마이클 멀론이 함께 쓴 "가상기업"
(강자모역.세종서적간)이 화제의 책.

두 가지중 "VC"( Virtual Corporation )라는 다소 생소한 신경영개념을
소개하고 있는 "가상기업"은 미래에 각광받을 기업형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가상기업"은 얼핏 생각하기 쉬운 "유령회사"가 아니다.

"가상"은 컴퓨터가 실제 기억용량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진 것처럼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가상기억"이란 컴퓨터관련용어에서 유래했다.

이를 응용해 미국의 컴퓨터업체 DEC(디지털이퀴프먼트)의 기술책임자
호프랜드는 6년전 "특정기업이 외부로부터 협력을 얻어 현재 그 기업이
지닌 자원보다 더 많은 자원조달 능력을 얻게 된다"는 뜻에서 이 말을
처음 썼다고 한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들은 이를 보다 구체화시키고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가상기업은 초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장점을 두루 갖춘 이상적인 유형이다.

중소기업처럼 시장상황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형태를
갖고 있으면서도 대기업들의 전유물인 대형프로젝트를 거뜬히 해낼
수 있는 기업을 의미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 비결은 어떤 사업목표가 정해지면 다른 회사와인력 자본 아이디어를
한시적으로 공유하는데 있다.

협력대상에는 경쟁업체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 기업에는 본사도
기업조직표도 필요없다.

직원들간의 위계질서나 한때 선진경영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수직적
결합도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정보통신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자리잡는다.
전자서류에 의해 모든일이 이뤄지고 그만큼 부대비용이 절감된다. 물론
목표가 달성되면 가상기업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가상기업은 현재 미.일등에서 그 신비의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미AT&T가 일본의 마루베니상사를 통해 마쓰시타전기와 손잡고 "사파리"
노트북컴퓨터를 개발한 것과 IBM 애플 모토로라가 기업간제휴를 통해
차세대컴퓨터를 생산하려는 일등이 전초단계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이 기업을 가리켜 "서서히 단점을 노출하고 있는
"수직통합"전략을 대신할 수 있는 미래기업 경영전략"이라고 평했다.

"가상기업"이 기업간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21세기를 조망한다면
"21세기기업"은 기업내부의 조직재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책은 이를 측방적( lateral )구도,종업원 참여,중간관리자의 역할,
스태프의 위상등 4가지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현재까지 기업조직의 전반적인 구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은 피라미드식
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조직의 비효율성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명약관화해지고 있다.

이책은 그 대안으로 측방적 구도를 제시한다. 기업내부 관련부서간의
유기적 연대뿐만 아니라 대고객관계에서도 이 조직형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종업원들의 경영참여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최종평가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포함하는 "고도참여"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통제가 아니라 조언이라는 전통적인 인사관리개념을
강조한 것과 스태프(참모)들을 라인에서 독립시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점등이 이책의 핵심이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