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도 신토불이 바람이 불고있다.

전설이나 민담에서 찾아낸 소재를 민요 사물놀이 꼭두놀이 마당극등
전통적 표현양식으로 소화한 한국식뮤지컬이 올가을 연극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는 올봄에 열린 영국RUC극단의 뮤지컬 "캐츠"와 9월에 있었던 일본
극단사계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등 외국극단의 내한공연이 늘어
나고 일본문화개방론이 대두되면서 민족고유의 공연양식 없이는 우리
무대를 지킬수없다는 위기의식이 연극계전반에 팽배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한국식뮤지컬은 대사전달 중심의 문학적연극에서 탈피, 음악 춤
노래 인형극등 다양한 양식을 결합해 보고 즐길 수 있는 총체극으로
만들어짐으로써 많은 관객을 끌고 있다.

화제의 작품은 "칼노래 칼춤"(마당극20년 기념사업단) "성춘향"
(서울예술단) "영고"(예술의 전당) "산넘어 개똥아"(연희단거리패)등.

놀이패한두레는 전통적인 탈춤을 연극적 형식으로 만든 마당극을
20년간 공연해온 극단.

창립20주년을 맞아 30일부터 11월9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칼노래
칼춤(검결)"을 공연한다.

검결은 동학교주인 최제우가 수련의 한 방식으로 만든 것.

가사만 남고 가락과 춤은 전해지지 않는데 이번에 국악작곡가 최태현씨
가 곡을 만들고 채희완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전통무예인 24반본국검을
기본동작으로 안무해 재창작했다.

동학1백주년을 기념해 놀이패한두레뿐만이 아니라 극단현장 민족패울력
극단자갈치등 마당극패의 대표적 놀이꾼들이 공동참여했다.

동학군에서도 가장 천하게 여겼던 유랑광대에 초점을 맞춰 당시 시대상
과 민초들의 한을 춤과 노래 탈춤등으로 엮어내 서양뮤지컬을 능가하는
전통놀이극을 보여줄 예정이다.

서울예술단은 국악을 접목한 뮤지컬 "성춘향"을 22~25일 국립극장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판소리 다섯마당의 하나인 "춘향전"을 현대식 뮤지컬로 새롭게 구성한
"성춘향"은 전통문화를 오늘의 정서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아리랑,
아리랑" "님을 찾는 하늘소리"등 국악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음악을
작곡해온 김희조씨가 작곡을 맡았고 강영걸씨가 연출했다.

에술의전당이 20~26일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영고"는 부여의
제천의식을 소재로 국악 사물놀이 인형극 그림자놀이등 다양한
전통극양식을 결합한 총체극.

예술의전당이 21세기를 대비한 우리문화상품 개발을 위해 기획한 이작품
은 우리식 볼거리를 풍부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희단거리패가 우리문화상품 개발 1탄으로 제작한 "산넘어 개똥아"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역시 꼭두극과 가면극을 재담과
마임, 춤등과 접목한 우리식뮤지컬.

대표적 민간설화인 아기장수설화와 꼭두각시놀음의 "홍동지"를 결합,
새롭게 창조된 주인공 개똥이가 등장해 민초들의 애환을 신명으로
풀어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