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에 있었던 포항제철의 성공적인 뉴욕증시데뷔는 국내자본시장의
국제화에 밝은 앞날을 던져줬다.

포철의 뒤를 이어 한전,그리고 국내의 간판급기업들이 뉴욕을 비롯
외국증시로 줄줄이 뛰쳐 나갈 전망이다.

물론 국내 관련규정은 국내기업들이 주식을 상장할 수 있는 외국증시로
뉴욕외에 런던과 도쿄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국내기업주식의 외국증시상장이 해당기업은 물론
국내증시 그리고 국내경제에 득만 되는지 한번쯤은 헤아려 볼 일이다.

우선 국내기업주식의 외국증시상장이 갖는 의미를 짚어 보자.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지난 30여년동안 눈부신 성과를 이룩하고 세계경제의
커다란 틀속에서 어엿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 가운데 우리기업들도
활발히 해외로 진출했다.

포철주를 선두로 한 국내기업들의 외국증시상장은 이러한 우리경제의
성과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인 동시에 개별기업의 국제적인 위상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철주가 31.5%라는 기대이상의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 발행된 것이나
상장과 동시에 유통가격이 급상승세를 탄 것은 우리경제가 이룩한 성과에
대한 인정과 앞날에 대한 국제사회의 큰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외에도 국내기업주식이 해외증시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국내자본시장의 국제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실질적인
가치를 갖는다.

국내자본시장의 국제화란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유가증권시장에 대한
투자폭확대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국내기업의 해외증권시장상장과 아울러
국내투자자들의 외국증권취득까지 확대해석할 수 있다.

포철등 국내기업들의 해외증시상장은 국내개인및 기관투자자들의
외국주식취득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포철의 뉴욕증시상장과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이 뉴욕과 룩셈부르크증시
에서 외국주식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한두건씩 흘러나오는 것은 그같은
예측을 뒷받침해 준다.

이제는 국내시황뿐만 아니라 해외시장동향까지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개별기업이 해외증시상장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는 첫째 값싼
외국자본을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주식을 발행할 경우에는 합리적인 수준이라 판단되는 기준
주가에서 할인해야 하는데 해외시장에서는 오히려 할증발행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프리미엄을 붙임으로써 자본조달효과가 커 재무구조개선에 큰 보탬이
된다.

포철의 경우는 이번에 뉴욕에서 조달된 자금을 시설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달말 두번째로 뉴욕증시상장을 기다리는 한전의 경우도 3억달러의
조달자금을 북한경수로건설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둘째는 해당기업에 대한 주식수요와 유동성을 증대시켜 그만큼 주가
안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소니사의 경우는 외국증시상장이 주가상승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되기 2개월여전인 70년6월 주당1천9백엔으로 바닥세를
형성하고 있던 소니주가는 상장후 2년만인 72년6월말엔 5천5백10엔으로
3백나 치솟았다는 것이다.

셋째는 발행기업에 대한 지명도가 높아져 국제시장에서의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특히 수출기업에 그같은 홍보효과는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소니사가 뉴욕상장후 실시한 여론조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화라는 점에서 제도상의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수
있다.

이같은 효과는 특히 뉴욕과 같은 선진국시장에 국내기업이 상장했을
때 더 커진다.

선진국증시의 까다로운 상장요건이나 공시의무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회계및 공시업무도 선진화될 수밖에 없어 국내증시의 질적 개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기업중 뉴욕증시의 상장요건을 갖춘 기업은 10여개정도로
분류된다.

최근 방한한 뉴욕증시의 한 관계자는 6개정도의 한국기업이 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접촉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국투자자들의 해당기업과 관련업종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결과가
국내에 유입돼 국내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뉴욕증시의 경우 연결재무제표나 원가보고서등의 수준 높은 공시의무를
지켜야 하기때문에 기업정보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글로벌화추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장래성을 국제경제라는 한차원 높은
맥락에서 비교적 정확히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도 기대해 볼만하다.

그러나 국내기업주식의 해외시장진출로 반드시 이득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해외증시의 공시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국내기업의 기밀사항까지
해외에 유출될 위험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더우기 같은 시장에 상장,거래되고 있는 경쟁업체간의 치열한 정보
쟁탈전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외증시에 상장된 업체의 주가관리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증시에서 차지하고 있는 주도권이 해외증시에서도 유지될 것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포철이나 한전의 경우는 국영기업이고 국민주라는 특수한 성격이기
때문이 두 주식의 성공적인 뉴욕증시진출이 다른 기업에도 똑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없다.

가령 삼성전자를 예로 들러보자.
국내증시에서야 삼성전자는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압도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뉴욕증시에 상장될 경우 세계적인 반도체업체는 물론 내로라하는
전자업체들과 같은 대열에서 주가를 통해 자존심싸움을 해야 한다.

뉴욕증시상장으로 얻는 이미지개선과 함께 그로 인한 또 다른 부담도
져야 하는 것이다.

국내기업의 해외증시상장에 따라 예상되는 이른바 주가 동조현상도
국내증세에 적지 않은 짐이 될 수 있다.

포철주가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다음날인 15일 국내시세는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였지만 대체적으로 해외시장시세에 따라 국내가격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주가는 국내적인 요인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국내기업주식의 해외시장진출이 국내증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이같은 부정적인 효과는 국내증시개방폭이 커지고 외환제도의 자유화가
진전될수록 증폭될 것이다.

이같은 국제화추세에 비춰 증권회사등 국내기관들의 경쟁력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증권사는 국내시장의 수성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시급히 강화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내자본시장의 국제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포철의 뉴욕증시상장은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