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의 경영체제에 대한 KDI의 중간 진단결과는 한마디로 소유구조
운영시스템 사업다각화등 모든 면에서 "현재의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합격평으로 일관돼있다.

국내외 철강시장의 현황과 향후전망등 종합적인 검토자료를 토대로 작성
했다는 중간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포철에 관한 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경영내용과 방향이 건실하다는 얘기가 된다.

KDI의 이런 보고서는 민간업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포철의 <>공룡화
방지를 위한 민영화추진 <>민영화 전단계로서 광양-포항 양대제철소의 분리
<>공기업의 잇단 신규사업진출에 대한 문어발시비등에 대해 전면 반론으로
점철돼 있어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첫째로 이번 보고서는 "민영화가 절대선은 아니다"는 관점을 제기하고
있다.

공기업의 대표적 폐단으로 지적되고 있는 시장지배적 독점체제나 경직적인
경영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비용극소화를 통한 적정이윤 창출 <>효율적
인력운영및 적절한 자원배분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관계 유지등을 열거하며
"비효율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KDI는 포철이 엄밀한 의미에서 공기업이라고 볼 수 만은 없다는 점도 강조
하고 있다.

출발당시 경영효율성과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기업 형태인 상법상의
주식회사로 출발한 "공.사가 조화된 기업"이라는 주장이다.

또 전문경영체제가 확립돼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전제아래 민영화를 단행할 경우 <>각종 감사대상에서 제외돼 경영
자율성이 제고되고 <>대규모 자금동원능력을 활용해 자유로운 다각화가
가능하며 <>증권시장이 활성화되는등 긍정적인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대형
민간회사의 출현에 따른 국내철강산업의 균형발전 저해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둘째로 철강산업의 통합운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양과 포항 두곳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1사2소체제는 "세계적
조류로 볼 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KDI의 이런 진단은 현체제 자체에 대한 장점을 제시하기 보다는 분리
운영될 경우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는 우회적인 접근방법을 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양소분리시 각 제철소별 존립을 위해서는 동일제품에 대한 중복
투자가 불가피하다" "분리에 따른 상호보완성기능의 상실로 인한 추가부담
만도 제품 t당 20달러나 될 것"이라는 식이다.

물론 각국의 일관제철회사들이 규모의 경제성과 수주대응력 강화등을
위해 회사간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 10위권이내의 주요 일관제철소는
모두 2개이상의 제철소를 갖고 있다는 "근거"도 제기하고 있다.

셋째로 최근 정보통신사업 신규진출등 왕성해지고 있는 포철의 사업다각화
에 대해서도 "복합경영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긍정 평가를 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산업에의 진출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제철소의 건설과 운영과정에는 건설 전기전자 에너지 통신 합금등
고도의 첨단종합기술이 필요한 만큼 일정한 사업다각화는 오히려 바람직
하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철강회사들의 다각화사례를 열거하면서 포철의 장기
경영방향을 "철강 엔지니어링.건설 정보통신의 3대전략사업중심 업종
전문화"로 설정해 주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KDI의 이같은 중간보고서 내용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2월 확정 제출될
최종 보고서의 골격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상공자원부는 소관 정부투자기관의 민영화작업과 관련해 용역연구기관의
의견을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보고서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KDI의 보고서는 그러나 민간기업들이 제기해온 현포철 경영체제의 문제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일관되고 있어 향후 업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진단대상기관인 포철의 자금으로 진행된 이번 용역결과는 포철의 문민정부
1기 리더인 김만제회장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문도 낳고 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