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 여성연출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있다.

가을 연극무대에 5명의 여성연출가가 동시에 작품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는 것.

교육연극 "거울보기"의 박은희,가족극 "산넘어 개똥아"의 정동숙,
모노드라마 "일어서는 방"의 이영란,"산불"의 류근혜,"첼로"의
한태숙씨등이 여성연출가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는 화제의 인물들.

여성연출가들이 5편의 연극을 동시에 공연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연출분야에서도 여성세가 확장되는 대표적인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연출작품이 모두 창작극인 점도 주목사항. 하늘땅소극장2관에서
"거울보기"를 무기한 장기공연중인 박은희씨(41)는 교육연극이라는
장르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인물.

교육연극이란 연극에 교훈적 내용을 담는데서 끝나지않고 관객을 극에
참여시켜 내용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장르.

"거울보기"는 고등학교2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우정과 고민,
방황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2시간의 공연시간중 1시간이상 직접 극에 참여한다.

박은희씨는 중앙대연극영화과에서 연출,미국뉴욕대학원에서 교육연극을
전공했으며 올해초 서울교육극단을 창단했다.

연희단거리패의 배우 정동숙씨(28)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에서 공연되는 "산넘어 개똥아"로 연출가로서의 출사표를 던졌다.

정씨는 87년 인형극단 까치와 무대미술 맥에서 연극생활을 시작한
뒤 91년 연희단거리패에 옮겨와 지금까지 배우로 활동해왔다.

이번에 정씨가 연출한 "산넘어 개똥아"는 꼭두각시놀음 봉산탈춤춤
민요등 우리 전통놀이를 현대의 감각에 맞게 변형한 작품.

정씨는 "전통인형극 민속놀이등을 많이 접한 것이 이번 작품을 연출
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전통연극과 현대극을 접목시킨 새 장르의
연출수업을 계속해 나겠다고 밝혔다.

한국영상예술원과 중앙대에서 강의하는 이영란씨(40)는 30일까지
충돌소극장에서 자신이 직접 연출하고 출연하는 모노드라마 "다시
서는 방"을 공연한다.

이 작품은 92년 겨울무대에 올렸던 페미니즘 모노드라마 "자기만의
방"에 이은 이씨의 두번째 모노드라마.

"다시 서는 방"은 주인공이 가깝게 지내온 선배에게 쓰는 편지형식을
빌려 여성의 삶을 털어놓고있다.

이씨는 이극에서 결혼은 무엇이고 왜 결혼을 하게되는지,이혼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또 여성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묻는다.

7일까지 혜화동 연극실험실1번지에서 "산불"을 공연하는 류근혜씨(38)
는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여성연출가.

8월에 "동물원이야기"를 연출했고 11월에는 "어제와 내일 사이"를
동숭아트센타에 올릴 예정이다.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에 이어 올여름 연극계를 휩쓴
"첼로"를 연출한 한태숙(44)씨도 주목받는 여성연출가.

섬세한 심리묘사로 중년여성의 외도를 다룬 "첼로"는 단체관람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첼로"는 9일까지 현대토아트홀 무대에 오른뒤 지방공연에 들어간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