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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변하고 있다.

보통은 골프를 ''비즈니스 스포츠''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족스포츠''로 발전하고 있다.

연습장의 그 수많은 ''아내''들과 심심찮게 눈에 띄는 국민학생들이 ''골프의
가족스포츠화''를 증명하고 있다.

가족스포츠로서의 골프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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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심리전 >>>

인생은 심리전이다.

표현만 안할뿐이지 가슴속의 생각은 제각각이게 마련이다.

골프와 관련해서도 남편과 아내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서로 웃고 있지만 머리속은 결코 웃고싶지 않은 경우가 많은것.

일요일 새벽 남편이 골프채들고 나갈때 아내의 생각은 어떨까.

"벌써 5년째 일요일마다 남편은 나간다. 이제는 미안한 생각도 별로 없이
당연히 나가도 되는 것으로 여긴다. 1주일에 4일은 접대다 뭐다하며
고주망태가 돼서 들어오고 거기다 일요일마저 새벽에 나가면 하프스윙까지
하며 밤늦게 들어오니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보아하니 골프라면 물불
안가리는것 같아 그것 가지고 잔소리 할수도 없고. 아, 나는 슬프다 슬퍼"

아내의 생각이 위와 같다해도 남편의 생각은 결코 "협조적"이 못된다.

"내가 뭐 골프치고 싶어서 그렇게 환장하는줄 아나. 다 사회생활하려면
어쩔수 없이 그렇게 되는것 뿐이야. 요즘 골프 못치면 대화상대도 안되는걸
어떻게 하나. 골프도 가족을 위해서 치는것이라는 얘기지. 상황이
이러하다면 좀 기분좋게 날 내보내 주면 어떤가. 벌써 표정이 굳은게 영
마음이 찝찝하구먼. 거기다 아이들까지 엄마하고 같은 표정이니 난 외롭다
외로워. 골프도 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건데 말이야"

요즘엔 "현명한 아내"가 많아 다 위와 같지는 않다고 해도 속 마음은 위와
같은 경우가 흔할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상황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 방법은 한가지 >>>

방법은 딱 두가지가 있으나 하나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바로 남편이 골프를 그만 두거나 아니면 아내도 골프를 하는 것인데
남편이 골프를 그만 둘리는 없으니 아내가 골프를 치는 것이다.

아내가 골프를 시작하려면 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이 들것이고 "내 주제에 웬 골프"하는 선입관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운동에는 원래 소질이 없다"는 생각도 골프입문을 가로 막는다.

그러나 좀더 크게 생각해 보라.인생은 결코 길지 않은 것이니 표정달리,
마음달리 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내 인생을 살면서도 아내역할, 부모역할은 얼마든지 할수 있다.

아내가 골프를 치면 무궁무진한 혜택이 돌아온다.

첫째는 아내의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가 뭐길래 저 야단인가"하던 아내는 자신이 실제 쳐보니 분명히
재미는 있었다.

가만히 있는 공을 치는게 만만치도 않았고 체력이 요구되는것 같지도
않은데 연습후에는 어떤 포만감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왜 나는 50야드밖에 안나갈까"하며 궁리하는 것은 분명 신경쓸것 없는
고민이었고 50야드에서 60야드로 거리가 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집에 들어와 생전 한두마디 대화에 그치던 남편과도 "얘깃거리"가 샘솟듯
나온다.

골프에 대해 말하고 싶어 환장할 지경이 되고 궁금한것이 너무 많아
남편이 기다려진다.

남편역시 너그러운 선생이돼 답변을 성실히 한다.

물론 일요일의 남편골프도 진정으로 이해 받는다.

아내가 골프장에라도 서너번 나가본 후에는 이해의 강도가 더 높아져
길막혀 늦는것도 알아차리고 열받아 치는 하프스윙까지 그럴수 있는것이
된다.

<<< 달라지는 대화 >>>

아내의 구력에 따라 대화의 수준도 변한다.

구력이 1년쯤이면 골프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사실 그 깊이는
모른다.

이때의 질문은 그저 "오늘 몇타나 쳤어요"정도이다.

골프를 안칠때도 그런 질문을 했으나 골프를 모르고 하는 질문과 그래도
계산방법은 알고 하는 질문은 벌써 억양에서부터 그 의미가 다르다.

당연히 남편도 스코어에 대한 답변에 신중함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구력이 3년쯤되면 질문이 구체성을 띠기 시작한다.

"당신 OB때문에 걱정이라더니 오늘은 어땠어요"식이다.

OB가 세방이나 났다고 하면 "허구헌날 치면서 어떻게 OB를 그렇게 많이
내느냐"하는 핀잔도 하게되고 "또 머리를 번쩍번쩍 들었군요"하며 아는척도
한다.

구력이 5년쯤 되면 골프장을 따진다.

"내일은 어디로 가세요"-"음, 산골짝CC야"-"그 골프장부킹이 그렇게
어렵다면서요. 당신 능력있으시네. 나도 한번 거기 구경좀 시켜주세요"

아내의 구력이 10년쯤 되면 남편보다 "한수 위"가 될수도 있다.

"오늘은 잘 나가다가 18번홀에서 물에 퐁당했어. 그것만 아니면 베스트
스코어인데"-"아, 그린 전방의 작은 연못 말이지요. 당신 투온시키려고
욕심낸것 아니예요? 그저 파만 하겠다고 쳐도 베스트스코어였을텐데 컨디션
좋다고 그걸 투온을 노리다니. 내가 옆에 있었으면 코치를 했을 텐데"

아내의 구력은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적어도 남편이 구력20년만에 홀인원을 하고 돌아와 방방 뜨는데도 "홀인원
이 그렇게 좋은거유"하는 불상사는 없다.

((( 계 속...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