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에게 독일 쾰른은 대개 쾰른대성당으로 연상된다.

그러나 쾰른시내에는 대성당을 가리키는 이정표보다 쾰른 메세(Messe)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훨씬 더많다.

쾰른시내로 들어오는 10개의 아우토반(속도무제한 고속도로)과 12개의
국도에도 초록색의 메세이정표가 먼저 눈에 띈다.

메세를 떼어놓고 쾰른을 얘기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92년 독일경제가 침체에 놓여있을때도 쾰른시의 경기가 안정세을
유지한 것은 메세때문이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라인강이 독일의 젖줄이라면 메세는 쾰른시경기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독일은 상품전시회의 나라이다.

독일에는 2차대전후 하노버 프랑크푸르트 쾰른 뒤셀도르프 뮌헨등
지방도시들이 잇달아 전시장을 건설하면서 2백개의 전시회가 생겼다.

전시회난립을 막기위해 독일전시장연합(AUMA)이 지난 49년 설립돼
현재는 45개 전시장만이 남아 있다.

독일 전시회의 특징은 분업적이면서도 전문적이라는 점이다. 하노버에서
열리는 전문전시회를 쾰른 메세에서는 절대 열지 않는다.

독일 전시회가운데 쾰른메세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우선 교통이
편리하다.

전시회상품을 교통오지로 옮기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럽대륙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는 쾰른은 전시업체들에는 큰 메리트다.

게다가 쾰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프랑크푸르트공항이 자리
잡고 있어 아랍상인 중남미바이어들을 흡수하는데도 제격이다.

쾰른메세가 라인강가에 있기때문에 네덜란드상인들은 유람선을 몰고
전시회를 찾기도 한다.

바이어들이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전시장을 많이 찾기 때문에 상품을
전시하는 메이커들은 편안히 앉아서 거래를 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쾰른시로 들어오는 교통뿐 아니라 일단 쾰른메세를 찾아온 관람객들
에게 메세측이 배려하는 교통편도 남다르다.

메세기간중에는 쾰른중앙역 뒤편에서 전시회장까지 유람선과 전철이
운행된다.

전시회 입장권만 있으면 유람선이나 전철이용요금을 별도로 내지
않아도 된다.

둘째 관람객이나 전시업체들을 위한 주최측의 서비스가 뛰어나다.

은행 루프트한자항공카운터 독일열차표판매소 여행안내소 우체국 음식점
영화관 디스코장 화상회의소 환전소등이 전시회장안에 마련돼 있다.

전시참여업체들은 전시회장을 떠나지않고서도 모든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전시참여업체들은 부스를 일일이 설치하지 않아도 메세측이 정해주는
전문용역업체들에 맡기면 세련된 부스를 마련할수 있다.

셋째 쾰른메세는 독일의 다른 전시회와 겹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상품을 연중 전시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의 8배정도 크기인 26만 규모에 14개동으로
구성된 쾰른메세는 요식 카메라 가구 광학 섬유 재활용 자전거 의료기기
등 36개의 전문전시회를 열고 있다.

쾰른메세의 보도국장 베아트렘씨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상품중 수출
가능한 제품의 90%이상이 쾰른메세에 소개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무역업체들은 쾰른메세를 보고 나면 장사할만한 품목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할 정도다.

쾰른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정부 상공회의소등의 주주로 구성된
쾰른메세는 지난해 2억1천8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수많은 관람객을 흡수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부터 27일까지 쾰른메세에서 열린 포토키나
전시회에는 13개의 국내업체가 참여했다.

참여업체 가운데는 쾰른메세측에 불만을 터뜨린 회사들도 있었다. 전시
부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고 부스설치도 예상같지않다는 토로들이었다.

이런 불만에 대해 쾰른메세측의 답변은 간단하다. 적어도 1년전쯤부터
출품계획을 잡으라는 것이다.

포토키나박람회에는 1천5백개의 업체가 참여하는데 박람회개최에
임박해 참여를 결정하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을수 없다는 얘기다.

또 2년에 한번씩 열리는 포토키나박람회에 올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96년에 참여를 포기하면 98년에는 부스가 줄어든다.

꾸준히 참여하는 업체들에 메세측도 서비스를 베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쾰른메세측은 돈을 듬뿍 준다고 해서 널찍한 부스를 배정하지도
않는다. 장기계획 없이는 쾰른메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교훈이다.

< 쾰른=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