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벌어진 체커(12개의 말(마)을 써서
하는 서양장기)와 체스(32개의 말을 이용하는 서양장기)경기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누르고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이변이 잇달아
발생했다.

이변의 주인공은 미알버타대학의 조나단 새퍼 교수팀이 개발한 "치누크"
라는소프트웨어(sw)를 설치한 실리콘그래픽스사의 챌리지XL컴퓨터와
"Genius2"란 체스sw및 펜티엄칩을 탑재한 PC. 챌린지XL은 세계 체커챔피언
이었던 마리온 틴슬리씨와 6번에 걸친 무승부를 벌였으나 담당의사가 틴슬
리씨에게 건강악화를 이유로 경기중지를 권고함에따라 세계타이틀을 거머
쥐게됐다.

이후 세계 체커 2인자인 돈 래퍼티씨가 챌린지XL에 "인간의 자존심"을
걸고 도전했으나 무승부로 결과가 나 결국 챌리지XL이 세계챔피언으로
계속남게됐다.

보스톤의 컴퓨터박물관에서 6일동안 벌어진 이경기에서 양측은 한번씩
이기고 졌으며 18경기를 무승부로 끝내는 혈전(?)을 벌였다.

영국런던에서 벌어진 인텔그랜드프릭스라는 스피드 체스경기에서는 펜티
엄PC가 세계체스챔피언이었던 게리 카스파로프씨를 이겨 체스계를 경악시
켰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두뇌를 써야하는 경기에서 컴퓨터가 잇단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해 우선 컴퓨터의 빠른 분석력을 들고있다.

카스파로프씨를 녹다운 시킨 펜티엄PC의 경우 초당 1억6천6백만번 계산
하는것은 물론 가능한 "수"를 10만개까지 분석할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경험과 전략적인 사고에 의존하는 인간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능력이다.

이와함께 인간과는 달리 아무리 장시간 경기를 해도 지치지 않는점도
컴퓨터의 강점으로 꼽히고있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수년만 지나면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영역으로만 여겨져오던 많은 부분을
기계가 지배하게 될 것이다" 치누크를 개발한 새퍼교수는 컴퓨터가 인간
두뇌보다 훨씬 앞서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컴퓨터 전문가들은 최근에 있은 컴퓨터의 잇단 승리에
그리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는듯하다.

비록 체스와 체커경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컴퓨터가 선을 보이긴
했지만 인간의 두뇌를 앞서는 컴퓨터가 등장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는 입장이다.

바둑이나 브릿지같은 카드경기에서는 아직까지 인간이 훨씬 우위에 있다.

바둑의 경우 체스보다 경기규칙은 단순하지만더넓은 판위에서 매단계마다
더많은 가능한 "수"를 생각해야 한다.

이때문에 바둑에서는 장기적으로 전략적인 사고(사고)를 하는데 강한 인
간이 단기적인 전술에 능한 컴퓨터보다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
가들의 설명이다.

세계 최고의 바둑sw로 알려진 "골리앗"의 경우 아마츄어 7급수준이고
국내에서는 아마츄어 10급수준의 바둑sw를 개발하는 정도이다.

체스보다 경기의 진행방향을 예측하기가 더 어렵고 심리적인 요인이
경기승패를 크게 좌우하는 카드경기에서도 아직은 인간이 우위에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기술발전에 힘입어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면 바둑이나
카드경기에서도 인간의 실력을 능가하는 컴퓨터선수가 나올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이 그같은 역할을 해낼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있다.

현재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미MIT의 인공지능실험실에서
행해지고있다.

"코그"라는 인공지능 로봇을 제작키위한 이연구는 인간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몸체의 이상여부까지 자체체크 할 수 있는 능력의
로봇제작을 최종목표로 하고있다.

코그는 인간처럼 눈 귀 입 손등이 있어 자신이 직접 카드를 섞고
상대방의 비딩(승부패를 선언하는일)소리를 들어가며 직접 비딩을
걸수 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이 인간과 거의 다를바 없는 모습으로 카드경기를벌이게 되는것이다.

이때가 되면 세계 인간 체스챔피언이 컴퓨터와 게임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1백m 달리기 선수가 자동차와 경주하는것처럼 우스꽝스런
일이 될 것이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