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재진입"

주식시장에서 난공불락의 나바론 요새처럼 인식돼온 1,000고지가
뚫리면서 "점령 그이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00포인트는 89년 4월1일 1,007.7을 기록했으나 "2일천하"로 끝난뒤
결코 오른 적이 없는 고봉.

발아래로 산을 굽어보는 등반가들이 느끼는 정상정복의 성취감 한편에는
더 오를 곳이 없다는 목표상실의 허탈감이 자리잡듯 1,000고지를 오른
증시도 공백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는 그럴듯하다.

짧은 기간내에 가파른 경사를 오를 경우 단기급등 우려감이 열병처럼
번지며 숨고르기를 해대게 만드는 증시 속성도 한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증권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1,000고지 점령은
더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한 연습과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주식시장은 골인 지점이 없는 마라톤경주이므로 1,000돌파는 단지 한
구간을 완주한데 불과하며 경기호황으로 개별주가의 달리는 힘이 계속
충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구간통과후 거꾸로 뛰지는 않을지,선두그룹에는 누가 포함될지에
대해선 다소 이견을 보인다.

대우증권은 이와관련,1,000이후 주식시장 전개양상을 3개의 시나리오로
분석, 눈길을 끌고 있다.

추석이후의 금리와 자금사정,제한된 예탁금의 효율적인 활용여부,
기술적인 면에서의 단기과열 여부,향후 주도주전망이 시나리오의
배경이다.

>>>> 시나리오 1 <<<<

="단기조정국면 돌입". 1안이 맞아 떨어질지를 판단하는 잣대로 시중의
실세금리, 기관투자가들의 매매동향, 선도주점유율이다.

우선 1,000고지를 돌파한데 따라 삼성전자등 선도주의 높은 주가 상승률
이 부담이 되면 다른 종목으로 매기가 이전되는 순환매가 등장,실적장세를
약세로 변질시킬수 있다는 가정이다.

추석이후 통화관리가 강화될 경우 기관투자가들로선 매수여력이 줄어
이들의 주요 매수대상이었던 핵심블루칩은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도 높다.

통화관리로 시중의 유동성도 떨어져 현재의 단기금융장세적 여건이
악화, 일반투자자들의 증시 접근도 그만큼 어려워져 대중주로의
매기이동을 어렵게 한다.

이와함께 UR비준이 임박,증시활황은 정치권에 부담을 줘 지수연관성이
높은 대형주의 탄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같은 환경때문에 주도주 부각은 지연되고 그에따라 소모적인 순환매가
이어져 종합주가지수는 결국 단기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 시나리오 2 <<<<

="블루칩등 기존 선도주를 앞세운 강세지속". 높은 예탁금회전율, 대폭
호전된 기업 예상영업실적,기존실적주들의 강세지속,핵심선도주의
단기이동평균선 지지등이 시장에서 확인될 경우 2안이 적중할 확률이
높다.

기업실적이 뚜렷이 호전되며 경기를 견인,국내 경제성장률이 계속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경기수혜폭이 큰 블루칩과 유화 제지등 실적호전주에 대한
매수세는 강화된다는 가정이다. 추석이후 통화관리가 강화돼 매수여력이
약화될 경우이다.

일반투자자들은 제한된 예탁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이고 기관투자가
들도 일정 종목에 편중되도록 매수대상을 선정, o적절히 넘길수 있다는
것이다.

업종평균및 외국의 같은 업종회사 주가수익비율(PER)에 비해 주가
반영도가 낮고 경기회복으로 실적이 호전될 경우 PER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증시개방과 관련한 외국인들의 프리미엄률을
감안하면 블루칩들의 추가상승 가능성은 높다는 논리다.

종합주가지수를 끌어 올리는 힘이 큰 이들 고가대형주가 강세를 보이게
되면 지수로 표현되는 시장의 상승추세는 보장된다. 다만 시나리오2에
따른 지수강세에는 주가차별화가 필연적이다.

>>>> 시나리오 3 <<<<

="금융주등으로의 주도주변화". 삼성전자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제조주대
비제조주의 대결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일반인들의 예탁금이 크게 늘어 소외종목군으로 매기가 확산되고 업종
내에 선도종목이 나타난다면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지수 1,000포인트 돌파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개미군단이
가세하면서 예탁금이 증가,증시에 "강력한 뒷심"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경우 접근이 용이한 대중주의 관심도도
높아져 매매단가가 낮아질 것이다.

블루칩등의 단기상승폭이 크므로 주가가 소외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은행 증권주가 선호되고 선도주를 탐색할 가능성이 크다.

발굴된 선도주도 상승폭이 크면 종목을 교체하며 속도를 조절, 매기가
확산돼 주도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 종합진단 <<<<

="시나리오1과 2의 복합".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시나리오1과 2가
복합적으로 얽힌 장세가 전개될 공산이 크다고 예측한다.

대표적인 징후로 삼성전자 포철등의 주식값이 워낙 많이 올랐다는 점을
든다.

핵심블루칩들의 대중성이 떨어지고 투자수익률도 낮아지면서 순환매속
단기조정의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시장은 강세를 당분간 유지하지만 추석이후 자금환수 우려감이
높아지는 이달말께는 약세로 돌아설 확률이 크다는 논리다.

그러나 금융주의 주도주 자리매김은 다소 빠른 감이 있다고 평가한다.
결국 "1,000시대의 주가차별화"를 예상하는 셈이다.

은행은 금리자유화로 예대마진이 축소된데다 향후 자본시장이 개방될
경우 경쟁력이 높은 외국은행과 경합이 불가피,수익성이 둔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증시활황으로 실적이 나아지긴 했지만 경기사이클상
현장세는 제조주들이 각광을 받는 실적장세여서 크게 부각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

증권전문가들은 그러나 은행들이 최근 신탁계정의 공격적인 주식운용을
통해 실적을 호전시켰듯이 새로운 활로가 모색되거나 투신업무 허용등
증권사의 일이 다양화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