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관료] (38) 제4편 빛과 그늘 (3)..'당상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 평생 석탄국장이나 한 번 해보고 공무원 옷을 벗을 수 있다면.".
5공때 상공부장관을 지낸 K씨가 70년대 고참 과장시절 술자리에서
거나해지기만 하면 비원처럼 늘어 놓았다는 얘기다.
석탄국장은 구상공부에서 꽤나 "한직"으로 통했던 이사관 보직이었다.
"세월"을 잘 만난 탓인지 뒤늦게 "능력"을 인정받은 건지 장관자리에
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K씨는 "한직이라도 좋으니 국장행세좀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만큼 "국장"은 앉아보기가 간단치 않은 자리다. 고시를 거쳐 빨라도
공무원생활 20년이상은 해야, 그것도 사무관.과장시절 업무처리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나서야 오를 수있는
"관록"의 자리기도 하다.
이사관직급인 국장-.
옛날로 치면 참의나 당상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의 내무관료나 군인
으로 쳐도 지방시장 직할시경찰청장 지방국세청장 육군소장등이 바로
이사관, 중앙경제부처로 따지면 국장과 동급이다.
특히나 경제부처 국장이면 물가 성장등이 거시경제계획수립(경제기획원)
에서부터 재정 금융 외환 증권(재무부) 통상 무역 산업 에너지(상공자원부)
등 기업과 민간부문 경제활동에 관한 실무정책의 거의 전권을 휘두를
수있는 자리다.
"대한민국 5대국장"으로 꼽히는 자리에는 내무부의 치안국장과 내무국장을
빼면 예산국장(경제기획원) 재무정책국장(재무부) 양정국장(농림수산부)등
3석을 경제부처가 차지하고 있다.
예산국장은 서슬퍼런 군사정권시절에도 "예산"을 따러 온 각군의 쟁쟁한
"별"들을 집무실앞에서 하루종일 대기시켰을 정도의 "권부자리"다.
이들 자리가 아니더라도 국장들은 소관분야에 관한 한 국무총리 부럽지
않다. 국무총리보다 실무권한은 더 많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진 만큼" 국장들의 위세와 권한도 많이 수그러들고
있는게 사실이다. "작은 정부"가 강조되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권한"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의무"만 많아지고 있다는게 국장들의 푸념이다.
상공자원부의 어느 공업국장은 얼마전 모산업지원조치를 설명하러 지방에
갔다가 애꿎은 수모만 당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한 업계대표들이 사장이나 임원이 아닌 부장급이 주류를
이루는 "홀대"를 받았대서가 아니다.
"당신이 와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야유성 질문을 받았을
때는 어금니를 깨물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우스갯 얘기지만 그러다보니
"집안"에서도 영 "스타일"이 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전의 국장모습만 생각하고있는 집안사람들로부터 "이것 해달라, 저것
해결해달라"는 청탁은 많은데 정작 들어 줄건 거의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제삿날이나 명절때 집안식구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를 꺼리는
국장들이 늘고있다고도 한다. 언론에서도 대접이 영 시원치않아졌다.
예전엔 웬만한 국장자리가 바뀌면 "신임"은 신문에 프로필이 실리는건
기본이고 인터뷰등으로 비중있게 다뤄졌었다. 요샌 달라졌다.
똑같은 말을 해도 국장보다는 기업 사장들의 "발언"이 더 크게 취급되는
경우가 흔치않아졌다. 이렇게 사정이 바뀌면서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국장들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요즘이다.
"이제는 "합리적 경영자"나 "실무적 소양을 갖춘 전문가"가 신세대
국장상이 돼야 한다"(배영식경제기획원 대외경제국 심의관)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라는 수단으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있었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각 분야의 목소리가 커진만큼 상대방을 설득시켜 정책을
"조장"할 수있는 능력이 절실해졌다는 자가진단인 셈이다.
"요즘은 서류에 사인을 하는 시간보다는 사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시간을 더 보내게 된다.
합법성보다는 합목적성이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김병균경제기획원
심사평가국장)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국장들의 이런 "각성"은 아랑곳없이 주변상황이 별로 달라지지않고
있다는게 문제다. "손뼉을 마주칠 수가 없다"는게 그들의 하소연이다.
대표적인 게 권한과 업무의 구획정리문제다. 국장은 모든 권한을
빼앗기거나 역할이 축소됐는데도 장.차관들은 여전히 옛날의 영화를
누리려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국장만 족치면" 모든게 되는 줄 알고있다. 특히 "오랫동안
관청을 떠났다가 복귀한 장관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하다고 한다.
국장들의 불만사항은 또 있다. 그들의 역할과 위상을 정부밖, 특히 국회
에서 키워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부처 국장은 국회법상 분명히 "정부위원"으로 돼있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할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에 가면 의원들은 시시콜콜 기술적이고 실무적인 것까지도
꼭 장관을 상대로 질문한다. 그래봐야 장관은 국장도 아닌 과장이 써준
답변서를 줄줄 읽기만 할 뿐이다.
이란 콘트라게이트사건때 미의회가 우리로 치면 "과장급"에 지나지않는
노스중령을 상대로 정부정책을 추궁했지만 우리 의원들이 "장관"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건수"를 올렸지않느냐는게 국장들의
지적이다.
5공때 상공부장관을 지낸 K씨가 70년대 고참 과장시절 술자리에서
거나해지기만 하면 비원처럼 늘어 놓았다는 얘기다.
석탄국장은 구상공부에서 꽤나 "한직"으로 통했던 이사관 보직이었다.
"세월"을 잘 만난 탓인지 뒤늦게 "능력"을 인정받은 건지 장관자리에
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K씨는 "한직이라도 좋으니 국장행세좀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만큼 "국장"은 앉아보기가 간단치 않은 자리다. 고시를 거쳐 빨라도
공무원생활 20년이상은 해야, 그것도 사무관.과장시절 업무처리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나서야 오를 수있는
"관록"의 자리기도 하다.
이사관직급인 국장-.
옛날로 치면 참의나 당상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의 내무관료나 군인
으로 쳐도 지방시장 직할시경찰청장 지방국세청장 육군소장등이 바로
이사관, 중앙경제부처로 따지면 국장과 동급이다.
특히나 경제부처 국장이면 물가 성장등이 거시경제계획수립(경제기획원)
에서부터 재정 금융 외환 증권(재무부) 통상 무역 산업 에너지(상공자원부)
등 기업과 민간부문 경제활동에 관한 실무정책의 거의 전권을 휘두를
수있는 자리다.
"대한민국 5대국장"으로 꼽히는 자리에는 내무부의 치안국장과 내무국장을
빼면 예산국장(경제기획원) 재무정책국장(재무부) 양정국장(농림수산부)등
3석을 경제부처가 차지하고 있다.
예산국장은 서슬퍼런 군사정권시절에도 "예산"을 따러 온 각군의 쟁쟁한
"별"들을 집무실앞에서 하루종일 대기시켰을 정도의 "권부자리"다.
이들 자리가 아니더라도 국장들은 소관분야에 관한 한 국무총리 부럽지
않다. 국무총리보다 실무권한은 더 많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진 만큼" 국장들의 위세와 권한도 많이 수그러들고
있는게 사실이다. "작은 정부"가 강조되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권한"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의무"만 많아지고 있다는게 국장들의 푸념이다.
상공자원부의 어느 공업국장은 얼마전 모산업지원조치를 설명하러 지방에
갔다가 애꿎은 수모만 당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한 업계대표들이 사장이나 임원이 아닌 부장급이 주류를
이루는 "홀대"를 받았대서가 아니다.
"당신이 와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야유성 질문을 받았을
때는 어금니를 깨물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우스갯 얘기지만 그러다보니
"집안"에서도 영 "스타일"이 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전의 국장모습만 생각하고있는 집안사람들로부터 "이것 해달라, 저것
해결해달라"는 청탁은 많은데 정작 들어 줄건 거의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제삿날이나 명절때 집안식구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를 꺼리는
국장들이 늘고있다고도 한다. 언론에서도 대접이 영 시원치않아졌다.
예전엔 웬만한 국장자리가 바뀌면 "신임"은 신문에 프로필이 실리는건
기본이고 인터뷰등으로 비중있게 다뤄졌었다. 요샌 달라졌다.
똑같은 말을 해도 국장보다는 기업 사장들의 "발언"이 더 크게 취급되는
경우가 흔치않아졌다. 이렇게 사정이 바뀌면서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국장들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요즘이다.
"이제는 "합리적 경영자"나 "실무적 소양을 갖춘 전문가"가 신세대
국장상이 돼야 한다"(배영식경제기획원 대외경제국 심의관)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라는 수단으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있었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각 분야의 목소리가 커진만큼 상대방을 설득시켜 정책을
"조장"할 수있는 능력이 절실해졌다는 자가진단인 셈이다.
"요즘은 서류에 사인을 하는 시간보다는 사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시간을 더 보내게 된다.
합법성보다는 합목적성이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김병균경제기획원
심사평가국장)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국장들의 이런 "각성"은 아랑곳없이 주변상황이 별로 달라지지않고
있다는게 문제다. "손뼉을 마주칠 수가 없다"는게 그들의 하소연이다.
대표적인 게 권한과 업무의 구획정리문제다. 국장은 모든 권한을
빼앗기거나 역할이 축소됐는데도 장.차관들은 여전히 옛날의 영화를
누리려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국장만 족치면" 모든게 되는 줄 알고있다. 특히 "오랫동안
관청을 떠났다가 복귀한 장관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하다고 한다.
국장들의 불만사항은 또 있다. 그들의 역할과 위상을 정부밖, 특히 국회
에서 키워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부처 국장은 국회법상 분명히 "정부위원"으로 돼있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할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에 가면 의원들은 시시콜콜 기술적이고 실무적인 것까지도
꼭 장관을 상대로 질문한다. 그래봐야 장관은 국장도 아닌 과장이 써준
답변서를 줄줄 읽기만 할 뿐이다.
이란 콘트라게이트사건때 미의회가 우리로 치면 "과장급"에 지나지않는
노스중령을 상대로 정부정책을 추궁했지만 우리 의원들이 "장관"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건수"를 올렸지않느냐는게 국장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