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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이 변한다] (1) 기업이 은행 선택...뒤바뀐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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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과 금융기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두 수레바퀴.

    이 둘의 위상과 관계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변화의 핵을 기업
    쪽에서 보면 자금조달규모의 확대와 수단의 다양화이고 금융기관
    측면에선 자금공급여력과 예대마진의 축소.

    이런 변화는 기업과 금융기관 두 섹터의 "힘의 균형"을 재정립시키고
    있다. 금융기관우위에서 기업우위로.

    금리자유화와 금융국제화는 이런 추세가 점차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
    한다. 바뀌어가는 금융의 모습을 시리즈로 엮어본다.

    < 편 집 자 >
    *****************************************************************

    관광호텔에 비누 수건등 각종 용품을 납품하는 K사. "용품"은 거의 전량
    수입해 온다. 연간 수입규모는 미화5천만달러선. "수입 5천만달러"짜리
    기업은 80년대까지는 은행들의 관심밖이었다. K사도 대출 한번 받으려면
    은행문턱이 닳토록 드나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K사와 거래하는 은행은 모두 14개. 5대 시중
    은행과 신설은행등 지방은행을 빼면 서울에 있는 모든 시중은행들과
    거래를 트고있는 셈이다.

    K사의 고민은 대출을 얼마나 따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은행들의
    불만을 최소화 시키느냐 것. 궁리끝에 만든 제도가 "선정기준표".

    14개 시중은행들이 자기회사에 얼마만큼 기여하는가를 따져 이를 근거로
    순위를 매긴 표다. 은행거래는 이와 비례해서 한다.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수출입거래가 많아 수수료 수입이 기업들에
    은행들이 "벌떼"처럼 몰려다니면서 생긴 새 풍속도다. 은행이 칼자루를
    쥐고 기업에 자금을 배분하는 불과 몇년전의 모습과는 정반대다.

    "이런 굴욕을 감수하고도 모든 은행들이 죽기살기식으로 달려드는게
    요즘의 현실"(외환은행 신현세영업1본부심사역)이다.

    이런 "현실"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선 일반화된지 오래다. 왠만한 그룹
    기조실에선 계열사별 담당별로 각 은행거래에 대한 코스트분석을
    실시한다.

    자금담당자들에겐 자기가 거래하는 은행의 당좌대출한도를 얼마나 늘렸나,
    금리를 어느선까지 낮췄나,수수료를 어느만큼 깍았나가 인사고과대상이다.
    이런 경쟁은 기업들이 가장 좋은 조건의 은행을 찾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은행이 거래기업을 고르는 시대에서 기업이 거래은행을 고르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직접금융확대등을 통한 기업들의 탈은행화 <>기업을 끝까지 지켜
    주겠다는 은행들의 래스트리조트기능 상실 <>금리자유화 <>정책자금
    축소등은 이런 구조적인 전환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바로
    이런 "힘의 이동" 시점이다. 몹집이 가벼운 중소기업들은 아예 주거래
    은행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클러란 항생제 원료를 개발, 월 1백만달러가량씩 수출하는 경보화학.

    주거래은행은 중소기업은행. 경보는 올초 30억원이상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주거래은행을 찾았으나 20억원이상은 절차가
    복잡하고 길었다.

    기다려도 반드시 준다는 보장이 없고. 시간이 급해 서울신탁은행을
    찾았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신설사인 보람은행에서 "OK"사인을 보내왔다. 보람은행에서 돈을
    빌려 시설을 투자, 요즘은 그런대로 "잘 나가는" 축에 든다.

    은언기사장은 "주거래은행을 보람은행으로 바꾸기로 마음을 먹고 현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한다.

    대출결정이 빠른 신설은행인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에는 이렇게 주거래
    은행을 바꾸기위해 찾아오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보람은행의 본점의 승인(신용 3천만원이상이거나 담보여신 6억원초과)을
    받고 주거래은행을 바꾼 기업이 90개가 넘는다. 규모가 작아 지점에서
    알아서 하는 것을 합하면 숫자는 이를 훨씬 웃돈다.

    녹십자 메디슨 한국티타늄등 중견기업을 포함 1백23개 업체가 설립된지
    3년된 하나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주거래은행을 바꾸기가 쉽지않다. 담보를 빼기도 힘들뿐더러
    이왕에 빌린 돈을 어느정도 갚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대기업들도 주거래은행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돈이 필요하면
    나머지 부거래은행을 통하면 된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주거래은행을 포함 한두개 은행과 거래하는게 정상
    이었지요. 그러나 이젠 보통 4,5개 은행과 거래하는게 상식입니다.
    담보를 주거래은행에 넣고 있더라도 부거래은행과의 거래가 더 많은
    기업들도 많은 편이고요"(하나은행 안명수상무)

    삼성전자 포항제철 현대자동차 한전등 이른바 "불루칩"들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간다. 삼성전자처럼 연간 매출이 12조원에 육박하고
    투자금액만도 2조원을 넘는 회사들로선 은행이 더이상 여신창구가 될
    수없다.

    "은행은 이제 자금의 관리구좌 정도로 생각할 뿐입니다. 주거래은행도
    마찬가지고요. 은행이 관리구좌일 불과할바에는 관리비용을 줄이기위해
    거래은행수를 줄이는게 낫다"는 삼성전자의 한 간부는 "요즘 어떻게
    거래은행수를 줄이느냐가 고민"이라고 말한다.

    기업과 은행의 이런 변화는 이미 미국에서 시작됐다. 80년대 후반 미국
    대기업의 거래은행수는 평균 20개를 넘었으나 작년엔 15.4개(미국
    그리니치협회 조사)로 줄어들었다.

    일본도 90년대들어 과거 은행의존도의 금융질서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기업과 금융기관이 끈끈한 관계에서 벗어나 필요할 때 서로를
    선택하는 드라이한 관계로 변화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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