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환매채(RP)규제를 통한 유동성조절관리가 달라졌다. 한은은
23일 만기가 돌아온 환매채 2조6천7백20억원중 2조6천5백억원을 경쟁
입찰과 배정방식을 섞어 16일간 다시 규제했다.

여기서 규제기간이 16일이라는 기간이 예전과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 한은이 유동성조절을 위해 사용해온 RP규제기간은 길어야
1주일이었다. 배정방식에 의한 규제는 2-4일이었고 경쟁입찰을 통한
규제는 1주일이었던 셈.

이같은 초단기RP규제가 은행들로부터 한은의 통화관리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사왔다. 짧은 기간물로 수시로 이뤄지는 RP규제때문에
은행들은자금수급에 관한 예측이나 전망을 제대로 할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7월하반월(16~31일)의 지급준비금적립마감일이었던 6일에 은행들이
자금이 모자라 난리를 쳤던 것이나 8월상반월(1-15일)의 지준마감일이었던
22일 이례적으로 조흥은행이 자금이 남아 처치곤란한 지경에 빠진것도
자금수급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한은은 은행들이 지준마감일에 혼란을 겪은데 대해 RP규제의 불가측성
때문보다는 은행들스스로 자금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나
어떻든 은행들은 한은의 RP규제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에따라 한은은 이날 RP규제기간을 16일간이라는 비교적 장기로 설정,
은행들이 한은의 통화관리에 충분히 대비토록 했다.

16일간은 8월하반월(16~31)의 지준적립첫날인 이날부터 지준마감일인
다음달 7일까지다. 앞으로도 지준반월첫날부터 마감일까지(15일이나
16일간)RP를 길게 규제할 방침이다.

한은은 일단 RP규제를 길게 함으로써 그사이에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
하지 않는한 별도의 RP조작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재정에서 예상치 못한 자금이터지거나 해외부문에서 갑자기 거액이
공급될 경우를 제외하곤 장기RP규제기간동안에는 별도의 유동성조절을
하지않는다는 것이다.

김영대한은자금부장이 이날 예정에 없던 시중은행자금부장회의를 소집한
것도 이같은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은 8월하반월(16-31일)의 지준적립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김부장은
이번 하반월의 지준관리여건및 통화동향등에 관해 시은자금부장들에게
설명했다. 전반적인 통화관리여건등을 숙지하고 자금을 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은이 이날 처음으로 RP규제기간을 16일로 늘린 것이 은행들의 자금과
금리예측가능성을 높여주기위한 시도이나 실제 효과를 낼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은행들이 불편을 겪을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RP규제기간을 길게 설정, 수시로 유동성조절을 하지 못함으로써
자금시장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RP를 길게 규제하고 난후 자금시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을
때 민첩한 대응이 어렵다는 얘기다.

은행자금관리의 효율성을 겨냥한 RP만기의 장기화가 오히려 통화관리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은행자금관리의 운신폭을 좁히는 역효과를 낼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RP규제만기의 장기화가 은행들의 자금예측력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나
은행들 스스로도 부담을 안게 됐다.

지준반월초에 RP가 정해지면 다음반월까지는 별다른 규제나 지원이
없어지는 만큼 은행들은 한번 주어진 여건을 토대로 철저한 자금수급
계획을 세워야 하는 짐을 안게 된 것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