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석유화학산업을 이끌어온 포모사 플라스틱그룹(FPG).

보수적이면서도 전형적 중국기업인 FPG그룹이 첨단산업인 전자분야에
진출, 사업다각화에 성공하면서 기염을 내뿜고 있다.

이 회사가 전자산업을 또 다른 주력업종으로 채택한 것은 회사 오너의
둘째딸인 카렌 왕여사의 고집스런 의지때문이었다.

제일국제컴퓨터사(FIC)의 회장이기도 한 그녀는 올해 87세인 아버지 Y C
왕으로 부터 독립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지난80년대초에 전자회사인 FIC를 설립한 카렌 왕회장은 전자산업에 발을
들여놓는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아버지의 반대에 직면했다.

그러나 10년도 못돼 "미운오리새끼"였던 FIC가 어느새 연간매출 6억달러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하자 아버지의 관심도 집중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석유화학산업이 환경문제로 점차 제약을 받게 되자 이제는 오히려
그룹내의 관심이 전자부문으로 기울어지는 느낌마저 든다고 한다.

그룹변신의 주력부대로 떠오른 전자분야의 총아인 4개회사는 모두 Y C
왕의 자녀들에 의해 경영된다.

카렌 왕과 사위인 밍 치엔이 설립한 FIC는 컴퓨터주기판을 만드는 회사로
지금은 중국 상해에 대단위 공장을 갖고 있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이다.

인쇄회로기판(PCB)에서부터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까지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난야 플라스틱은 올해 43세인 맏아들 윈스턴 왕부회장이 맡아
경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매출이 31억달러에 이르는 대형전자회사다.

올해 36세인 셋째딸 처 왕도 캘리포니아에서 에버렉스 시스템스란 전자회사
(연간매출 1억5천만달러)의 회장으로 있다.

포모사 인더스트리얼 컴퓨터사는 FIC의 자회사로 멀티미디어기기등을 생산
하고 있다.

이들 왕씨그룹의 전자분야는 앞으로 아시아 컴퓨터시장에서 가장 높은
신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대만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그룹의 전도가 양양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적 강자가 우글거리는 대만의 전자산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LCD분야만해도 청화픽처튜브의 자회사를 비롯 TECO일렉트릭&머시너리,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등 손꼽을 기업이 부지기수다.

그밖에 캐논사와 애플컴퓨터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연간매출 19억달러에
이르는 에이서 그룹도 있다.

시장점유를 둘러싼 이들의 전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결국에는 왕씨그룹이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상태이다.

이유는 모기업인 포모사 플라스틱의 막강한 자금력때문.

이회사의 자산규모는 1백23억달러에 이른다.

오는 98년쯤 7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건설에 95억달러를 쏟아 부을 계획도 아울러 세울정도로 뚝심이 대단
하다.

이들가족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인 Y C 왕의 검소함을 몸으로 체득하면서
자랐다.

아들 딸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를 포함한 10명의 가족들은 대북의 7층짜리
아파트에 모여 살고 있으며 매주일 한번씩은 반드시 아버지와 식사를 함께
한다.

Y C 왕회장은 80세이전에는 비행기를 타더라도 비즈니스 클래스(1등석)에
타본적이 없었다.

그의 이같은 근검생활태도를 본받아 자녀들도 사업상이 아니면 절대 운전
기사가 딸린 차를 타지 않는다.

지난70년대 이들 자녀7명이 런던의 한 아파트에 함께 산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가 자녀들에게 부쳐준 용돈은 1주일에 5파운드가 고작이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삶의 가치를 알도록 하셨으며 스스로 독립하는 법을
배우게 하셨다"고 처 왕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공부할때도 자신이 묵고 있는 어느 가정의
요리와 청소를 해주면서 학비를 벌어썼다고 회상한다.

혈연중심인 왕씨그룹은 상호주식보유로 매우 견고한 단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Y C 왕이 누구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줄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으로 봐서는 경영수완이 있는 윈스턴에게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
하다.

그러나 Y C 왕이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준다해도 회사경영의 어려움은
거의 염려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자녀들이 외국에서 공부할때부터 많은 편지를 썼다.

각자 삶의 태도에서부터 회사경영에 이르기까지 자녀들에게 폭넓은 교훈을
자상하게 적어보냈다.

이런점에서 그들은 경영수업을 잘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은 조그만 실수 한가지가 그룹전체의 몰락과 직결돼 있을 정도인
전자산업 경영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아버지의 교훈이 더욱 값지게 받아들여질 시점에 와있는 셈이다.

<김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