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인의 변대규사장(35)은 비록 나이는 젊지만 지난 몇년동안 참으로 많은
고생과 사회경험을 쌓았다.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이제는 한숨을 돌리며 올매출 1백억원을 바라
보는 기업을 일궈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본사를 둔 건인은 컴퓨터 응용제품을 만드는 업체.

계측기 비디오믹스 디지털 영상가요반주시스템 등이 생산품목이다.

컴퓨터와 전기 전자 기계 기술의 결합체인 이들 제품은 상당히 까다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다.

변사장이 이분야에 뛰어든 것은 자신의 기술력과 지식을 믿어서였다.

서울대에서 제어계측분야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대부분의
젊은 박사들이 택하는 학계나 연구소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막바로 산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전공이 순수과학이 아닌 공학계통인 만큼 현장에서 전공을 살리는게 가장
좋을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충고가 있었고 자기 자신도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니 기업인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의욕이 불타 올랐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이야기는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서울대대출신의 동기와 후배를 설득해 의기투합한 6명의 젊은이들이 서울
봉천동 조그만 사무실에 건인의 간판을 내건 것은 지난89년2월.

소니나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며 결의를 다진 이들이
세계적인 기업을 꿈꾸며 만들어낸 첫작품은 특수 카메라를 활용해 물체의 폭
이나 단면을 정밀측정하는 계측기기였다.

몇달동안 밤잠을 설치고 대만의 전자상가를 뒤져 부품을 구해오는 등
고생끝에 국산화를 이뤘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제품이어서 성취감은 대단했지만 팔리질 않았다.

시장자체가 매우 작아서였다.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국산화에 대한 의욕만 앞섰을뿐 시장조사도 안하고
성장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채 뛰어들었다가 회사가 휘청거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다음으로 도전한 제품은 비디오믹스.

이 기계는 TV화면에 자막처리를 하는 것으로 방송국 유선방송 등에 납품
하면서 어느정도의 기반을 다지는 효자노릇을 했다.

그러나 이것도 시장규모가 그리 큰 것은 아니었다.

어려움은 계속됐다.

시장성이 큰 것을 찾던중 이른바 노래방기기로 불리는 디지털 영상가요
반주시스템을 개발, 휴맥스란 브랜드로 시판에 나섰다.

이 기기는 콤팩트디스크 한장에 2천8백곡을 내장할 수 있는 제품으로
내수시장은 물론 미국 동남아 등지로 수출을 겨냥한 것이다.

변사장의 포부는 야무지다.

컴퓨터와 가전기술이 결합된 제품과 컴퓨터와 멀티미디어가 합쳐진 첨단
제품을 잇달아 개발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두뇌는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

전체 직원 75명중 20%에 이르는 15명이 석사이상의 학위를 가진 고급
두뇌들이다.

기술개발과 상품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자금을 얼마나 빨리
뒷바라지 할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적어도 매출액의 15%는 기술개발에 투자를 해야 한다.

변사장은 그래서 벤처자금을 끌어쓸 준비를 하고 있다.

또 기업은 기술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한 그는 영업 자금
상품기획 등 기업본연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게 회사를 조직화
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