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실시 이후 가.차명계좌의 불법실명전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
속기소된 반금융실명제 사범 거의가 1심과 2심에서 무죄나 다름없는 선고유
예판결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실명제를 어기더라도 처벌이 별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실시 2년째 접어든 금융실명제를 유명무실한 제도로 만들 우려가 커 보다
분명한 처벌법규를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을 낳고있다.

11일 법원 및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2일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된
이후 검찰에 적발된 반실명제 사범은 동아,항도,대구투금사건과 한화그룹사
건 관련자등 모두 36명에 달했다.

이들중 비교적 죄가 무거운 동아투금전무 배진성씨(54)와 항도투금서울사
무소장 이대찬씨(47)동화은행 당산동출장소대리 박종옥씨(32)등 15명이 구
속 또는 불구속기소돼 정식재판에 회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도투금의 전산부직원 석동균씨(28)와 사채업자 이용순씨(44)등을 비
롯한 17명은 가담정도가 낮다는 이유로 벌금형에 약식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모두 풀려났다. 나머지 4명은 검찰의 수배를 받고 도피중인 것
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식재판에 회부된 15명중에 항소심에서 벌금1백만원을 선고받은
항도투금의 이대찬씨와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동아투금의 배씨를 제외한
13명이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사실상 무죄인 선고유예판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중 한화그룹 비자금 83억원의 불법차명전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업무방해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경영기획실장 최상순전무(47)는 지난6월
3일 1심선고공판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당시 한화그룹을 위해 타인명의를 도용해 예금거래신청서를 위조한 동
화은행 직원 2명도 사문서위조등 혐의로 구속된 뒤 1심에서 징역8개월 집행
유예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지난 4월14일 선고유예를 받았다.

이처럼 반실명사범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것은 금융실명제를 전격실시하면
서형사처벌 법규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현재 반실명사범에 대한 처벌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
정.경제명령"상에 규정된 최고 5백만원의 과태료부과가 고작일뿐 다른 별도
의 처벌규정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외에 지금까지 검찰이 반실명사범에 적용한 업무방해죄가 있으나 이는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업무방해죄로 기소된 피고인들
거의가 선고유예를 받은 것도 법원이 반실명제사범에 관한한 사실상 업무방
해죄를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데서 나온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가.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이 금융기관의 어떤 업무를 방해했는지와 업무방해
로인한 피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가리기 불가능하다는 지적
이다. 또 실명전환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 지도 규명키 어렵다는 얘기이다.

이와관련, 서울형사지법의 한 판사는 "업무방해죄로는 엄벌이 어렵다"며
"개인의 금융거래비밀 보호 못지않게 처벌법규를 마련해야 금융실명제가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