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설비 구입지원자금이 변칙활용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상공자원부가 기업의 자동화설비 보급과 노후기계의
교체를 촉진하기위해 지원하는 "국산설비구입자금"중 일부가 기계제작사
에 일시불(현금)로 지급되지 않고 기계구입업체들이 전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년거치 5년분할상환(연 7%)조건으로 국산설비구입자금을 쓰는 일부
업체들은 현대정공 삼성중공업 기아기공 세일중공업등 기계제작업체들이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이용 6~12개월짜리 어음 또는
12개월 이상의 할부방식으로 기계를 구입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기계제작사의 은행구좌로 직접 송금되는 설비자금(현금)을
자기 회사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이면계약을 체결,이 자금을 다른 용도에
활용하고 기계제작사에는 장기어음을 주거나 장기할부조건으로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공자원부는 국산설비자금이 다른 용도에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대출자인 기계구입업체에 설비자금을 방출하는 대신 곧바로 기계제작사의
은행구좌에 입금,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성(충남당진)의 경우 세일중공업과 (주)남북 제작으로부터 선반 및
테핑센터등 10억여원어치를 구입하면서 이들 기계제작사에 입국된
기계대금을 넘겨받아 변칙 활용하고 6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했다가
도산했다.

일진(광주)도 설비자금을 서둘려 준다는 조건으로 삼성중공업과 현대정공
에서 선반 2억여원어치를 할부 구입했고 거화정밀(창원)도 기아기공에서
24개월 할부로 선반을 구입했다.

이밖에 세방정밀(인천)과 동양정밀(대전)이 기아기공에서 같은 방법으로
선반을 할부구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설비자금을 현금으로 지급, 기계제작업체들을
지원하고 산업자동화를 촉진하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어음이나 할부로
변칙지불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규제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