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90엔대의 초엔고시대가 펼쳐지면서 일본기업들은 엔베이스의 거래를
확대키 위해 비상이 걸려있다.
달러베이스로 거래를 계속하는 것은 앉아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거센 엔고국면이 진행되면서 일본기업들은 사실상 큰 손해를
입어왔다.
아주 단순히 계산을 한다면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0% 절상될 경우 달러화
기준으로 거래를 해오던 일본기업들은 앉아서 10%의 손해를 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기업별로 엔고에 따른 이해관계가 다르고 영향을 받는 기업들도
수출가격을 인상하는 등으로 대응책을 취해 일률적인 단순계산을 적용하긴
어렵지만 엔고가 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을 커다란 곤경에 빠뜨리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앞으로도 엔고가 더 진행된다면 이같은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자부품메이커인 TDK는 이같은 환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일본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엔베이스거래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다.
TDK의 수출액중 엔베이스거래는 지난해 40%에 달했다.
92년의 20%에 비해 한해만에 두배수준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올들어서의 경우는 지난5월말까지 엔거래의 비율이 60%에 이르러 급격한
확대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엔거래비율은 이회사가 올해의 목표로 삼았던 5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환리스크회피를 위한 이회사의 노력이 그만큼 집요했다는 뜻이다.
상대편에서 망설일 경우는 약간의 할인을 해주는 한이 있더라도 엔베이스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TDK사의 엔베이스거래의 특징은 완성품메이커와의 직접거래를 그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별로는 특히 동남아지역 완성품메이커와의 거래가 많다.
현재 동남아지역은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크게 늘면서 전자부품부족현상이
일어나 완성품메이커들이 일본의 부품메이커를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TDK는 부품메이커가 우위에 서게된 이같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엔베이스거래가 이회사 거래선들에게 큰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완성품메이커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TDK의 가격경쟁력이 저하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엔고경향이 계속되면 결과적으로 부품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완성품메이커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대한 대책으로 TDK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해외생산의 확대.
지난해 38%였던 해외생산비율을 올해는 42%, 내년엔 50%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 하문에 플로피디스크드라이버용 자기헤드등의 생산자회사를 설립,
내년6월부터 조업을 시작하고 올가을부터는 미국 오클라호마공장에서 이동
통신산업분야를 겨냥한 주파수필터생산을 시작한다.
제조원가인하를 통해 엔베이스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TDK사가 환리스크회피와 관련, 주목을 모으고 있는 또다른 한가지는 엔
시세가 달러당 1백엔을 돌파한 지난달말 외환선물거래를 전혀 하지 않기로
전격 선언한 것.
외환선물거래의 포기는 사실 수출기업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결단이다.
이회사는 올해초 달러당 1백10엔으로 3천만달러의 외환선물거래를 하는등
꾸준히 이에대한 관심을 기울여왔고 이달에도 달러당 1백5엔정도면 거래를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엔고가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급격히 진행되자 아예 전략을 1백
80도 수정해 버린 것.
장기적으로 볼때 어차피 엔고가 진행된다고 본다면 엔베이스거래와 해외
생산비율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정공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TDK사는 달러베이스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세계적 무역관행이란 또하나의
장애물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