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닦았지만 다닐 차가 있겠는가"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대전제아래 출발한 은행소유구조개선논의와
관련해 재무부가 26일 발표한 기본방향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율을 8%에서 4%로 낮추되 금융전업기업가(순수금융
자본)에 대해서는 지분율을 12-15%까지 허용키로 했으나 금융전업기업가가
참여할수 있는 은행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는 점과 기업가의 자격요건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전업가의 탄생은 제도적 장치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업가의 탄생여건은 갖추어졌으나 실제 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은행에 주인을 찾아줘 사기업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신경제
5개년계획상의 금융전업기업가양성은 원하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자는
선에서 결론이 난 셈이다.

금융계가 금융전업기업가의 탄생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첫째 금융전업기업가의 참여배제가 사실상 확정된 국민은행 주택은행
기업은행등 민영화대상 특수은행을 논외로 치더라도 시중은행 14개, 지방
은행 10개등 24개 일반은행의 어느 곳도 전업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설립목적이 특수한 장기신용 동화 평화 동남 대동은행은 금융전업
기업가의 사냥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는게 재무부관계자들의 얘기다.

또 한미은행등 외국은행과의 합작은행은 외국인지분이 걸림돌이 되고, 하나
보람은행등 단자사에서 전환한 은행은 기존의 대주주인 산업자본이 전업
자본의 탄생을 저지할게 분명하며, 지방은행은 이미 지방상공인등의 대주주
지분율이 15%까지 허용돼 있기 때문에 역시 금융전업기업가의 공략대상이
되기 어렵다.

지분율분산이 잘 돼있으면서도 주인있는 은행으로 대접받는 신한은행까지
제외하면 결국 기존의 6대시중은행이 그나마 제도적으로 전업가가 노크할
만한 은행이나 이들 대형은행의 지분 12-15% 살 만큼 자금력을 갖춘 개인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외환은행을 제외한 대형은행의 납입자본금만해도 8천2백억원에서 8천5백
억원이어서 15%의 지분을 사려면 1천억원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은행의 주식시세는 액면가의 배인 주당 1만원안팎인데다 실제
매집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주가가 뛰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지분율 12-15%를
사려면 실제 필요한 돈은 2천억원이상에 달한다.

이만한 돈을 동원할 개인을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게다가 금융전업기업가가 동원하는 돈이 순수 "자기자금"이어야 한다는
점과 또 그기업가의 도덕성및 은행경영자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은행
감독원장이 철저히 심사한다는 점도 까탈스런 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전업기업가육성은 일단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은행소유
구조및 경영행태에 다양성을 가져올수 있는 기반조성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볼수 있다.

앞으로 은행경영여건이 급변, 명백한 주인을 필요로 할 경우가 있거나,
전업기업가가 되기 위해 중장기적인 "꿈"을 키워가는 개인들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제도적인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번 기본 방향에서 산업자본의 동일인 지분율을 8%에서 4%로 낮추기로
함으로써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력은 더욱 약해지게 됐다.

이같은 지분율조정은지난 82년이후 12년만에 처음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

금융전업기업가가 출현하지 않는 은행의 지분율이 이처럼 분산됨으로써
경영진의 독선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보이지 않는 손의 간섭을 완전히 배제할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때문에 전업가가 없는 은행의 경우 책임경영과 자율경영을 보장할수 있는
여건조성이 시급하다고 할수 있다.

재무부가 이번에 은행소유구조개선방안의 큰 골격을 발표했으나 이를
구체화하는 실무작업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도 예상된다.

금융전업의 정의, 전업가가 동원하는 자금을 자기자금으로 제한함으로써
예상되는 자기자금의 구체적인 범위의 논란, 전업기업가로 인정하는 시점
등이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