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기업그룹인 다임러 벤츠는 내년 5월 위르겐 쉬렘프를 신임
회장으로 맞는다.

오래전 부터 로이터 현회장의 후임자로 지목돼 왔던 쉬렘프가 바통을 이어
받을 경우 다임러 벤츠 내부에 상당한 변화가 있게 될 것이란 점에서 그의
행보가 새삼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줄담배가 상징인 올해 49세의 쉬렘프는 현재 다임러 벤츠 계열 항공회사인
도이체 에어로스페이스(DASA)사 사령탑을 맡고 있다.

5년전 그가 DASA의 최고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을 때 그는 진지하면서도
공격적인 미국식 경영스타일을 구사한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당시 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빌리면 쉬렘프는 슈투트가르트
(다임러벤츠 본사 소재지)에 틀어 박혀있는 대부분의 다임러벤츠 경영진들
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그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것을 좋아했다.

직원들과의 공개적인 대화통로를 매우 중요시 한것은 그의 이같은 컬러
때문이었다.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고 종업원들의 사소한
의견에 대해서도 항상 귀를 열어 놓았다.

지난달말 DASA가 1만3백명의 추가 감원과 6개 공장에 대한 폐쇄조치를
단행했을 때도 별 잡음이 없었던 것은 그의 이같은 담백한 인격 때문이기도
했다.

쉬렘프가 다임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영업담당 책임자로 일할 당시 그가 다임러벤츠의 차별적인
고용정책에 언성을 높였던 일은 지금도 회자되는 일화다.

그는 DASA 일을 맡기전 다임러 벤츠의 트럭 사업부문에서도 일한 적이
있는데 그의 스스럼 없는 성격은 주윗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쉬렘프는 미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소재 자회사에서 상업용 자동차 사업
부문에 관여하기도 했는데 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은 DASA일을
맡으면서부터 였다.

그가 로이터 회장으로 부터 다임러 벤츠의 항공우주산업 진출 구상을
통보받았을 때 이는 로이터 회장은 물론 쉬렘프에게 있어서도 기업인으로서
의 생명을 건 도박이었다.

쉬렘프는 그러나 눈깜짝할 새에 독일 항공우주산업 기술을 다임러벤츠로
흡수 통합, DASA를 유럽 최대의 항공우주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쉬렘프는 합작과 상호협력만이 항공우주산업이 가야할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러한 판단은 그로 하여금 항공엔진 분야에서 미국의 프랫&휘트니사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도록 유도했다.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사와는 헬리콥터 사업부문을 통합, "유로콥터"를
개발하도록 만들었다.

그가 에어버스사 조립공장을 함부르크로 유치한 것이나 항공기 제조업체인
포커사의 주식을 사들인 것도 유럽 제트기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속셈에서 였다.

그는 현재 아에로스파시알사와 항공우주분야및 미사일 분야에서 제휴관계
체결을 모색하고 있다.

쉬렘프는 그러나 DASA를 세계 굴지의 업체들과 어깨를 겨루는 합작 파트너
로 끌어올리기 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한다.

그가 DASA를 떠맡았던 초창기 당시만 해도 항공우주산업은 누가봐도 탄탄
대로 였다.

민간항공기 주문이 쇄도했고 군수시장 또한 호황이었다.

그러나 1년이 채안돼 세계항공우주산업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국면
으로 빠져들었다.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군수시장은 곤두박질 쳤고 민간항공기 시장 역시
침체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쉬렘프는 독일의 항공산업진출에 대한 야심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려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주항공산업이 직면한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이같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쉬렘프의 비전에는 조금도 요동이
없었다.

쉬렘프는 "나는 다임러 벤츠의 항공우주산업 전략에 만족하고 있다. 과정은
어렵긴 했지만 DASA에서의 일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