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과 북한의 권력승계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정리는 어떻게
내려질까. 이 문제를 다룰 18일의 국무회의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야당의원들이 국회에서 제기한 방북조문과 한총련등 학생단체들의
김일성빈소마련등 이른바 조문공방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임에도 정부가
그동안 함구로 일관, 이에대한 비판여론이 높았던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김일성의 장례식이 예정대로 17일 개최되고 권력승계작업이
마무리되면 조문공방도 자연스럽게 식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측
이 돌연 장례식을 연기하고 조문단방북불허를 이유로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재개하자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김일성의 돌연한 사망발표를 접한 정부는 군특별경계령을 내리고
공무원 비상근무체제를 가동시키는등 만반의 안보태세를 견지하면서도 북한
을 자극하는 일체의 발표를 하지 않았다. 남북정상의 의지에 따라 어렵게
성사됐던 정상회담국면기조를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북한은 분단이후 남한을 겨냥해 전쟁을 도발했고 한시도 적화야욕을 버린
적이 없는 "적"이다. 그러면서도 겨레의 안녕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통일을 추구해야할 "대화의 상대"이기도 하다.

이 점이 바로 정부가 김일성사망에 따른 공식 입장표명을 어렵게 했던
이유였던 것은 분명하다.

이영덕국무총리는 이같은 기조위에서 "남북이 이미 합의한 정상회담의
원칙은 유효하며 김일성의 사망에도 불구,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진전시킨다는 정부의 입장은 일관성있게 유지될 것"이라고 국회보고를
통해 밝혔었다.

그런가하면 김대통령은 김일성사망소식을 듣고 "아쉽다"는 표현을 썼다.
이같은 표현이 사망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의 무산이나
연기를 가리켰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여론은 다소 애매한듯한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용인하려 들지
않았다. 소모적인 조문공방은 빨리 불식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나 김일성
사망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입장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당초 김일성사망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김정일
체제로의 북한권력이양 정통성여부에 대한 언급이 대북정책전개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 "공식입장표명유보"라는 기존 방침고수 입장을 견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밝힌 김일성장례식의 돌연한 연기는 이같은 입장견지에
제동을 건 결과가 됐다. 결국 정부는 18일 국무회의후 정부대변인인 오인환
공보처장관이 공식입장을 발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도 조문문제가 이념논쟁및 국론분열로 확산된데 대한 우려
를 표명하고 조문을 위한 방북이나 분향소설치등은 실정법에 따라 일절 불허
한다는 기존 입장의 재천명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의 공식입장 발표시점이 시기적으로 그만큼 미묘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남북대화에 대한 의지는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아직도 확고해
보인다. 대화를 위해서라면 김일성사망과 후계체제의 정통성에 대한
평가는 후일로 미룰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종국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평양의 대응이
상황변화의 전제가 될 수 밖에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가 지금 국가정책과 국민정서사이에서 엄청난
고뇌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