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망]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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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호"가 이끄는 북한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김체제는 극도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던질 것인가.
그나마의 부분개방노선마저 팽개칠 것인가. 아니면 업적 정통성을 노린
과감한 경제개방.개혁실험에 나설 것인가. 그것은 중국식일까 아니면 정치
의 변화까지 수반하는 러시아방정식일까. 우리의 대응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한국경제신문은 11일 이영선 연세대교수와 안석교 한양대교수의 긴급대담
을 통해 향후 북한경제정책의 행로를 전망해 봤다.
진행은 정규재 경제부기자.
< 편 집 자 >
**********************************************************************
<>안석교 한양대교수=북한경제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는
첫째 김정일이 어려운 경제를 김일성으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수출이 어렵다든지 고용이 나쁘다든지, 외채가 쌓인다든지 하는 정도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극도로 악화돼 있다는 점입니다.
식량난이 문젭니다.
지난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이 약3백50만t이었는데 실제소요량은 적어도
7백50만t이라고 합니다.
자급자족률이 50%선에도 못미치고 있지요.
의식주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물리적인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상태에서 김정일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기실 북한경제는 90년이후 계속 마이너스상태를 밟아왔습니다.
그동안은 쌓일대로 쌓인 북한주민들의 불만을 김일성의 카리스마로 호도해
왔습니다만 과연 김정일에게도 그게 가능할까요.
먹는 문제조차 해결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부친의 카리스마를 결여한
김정일이 북한주민들의 "인내의 상한선"을 어디로 설정할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그렇게 보면 김정일은 출발선부터가 대단히 불리한 상황에 있는 셈이지요.
<>이영선 연세대교수=김정일이 택할 수 있는 경제정책선택의 가짓수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와도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요.
김정일이 정치적으로 강력한 기반을 이미 장악했다면 경제수술에 곧바로
나설 수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그동안 김일성은 일부 유화정책을 쓰는듯한 기미를 보여왔습니다.
김정일도 권력기반만 안정돼 있다면 부친의 노선을 답습할 것입니다.
남북한 관계개선을 포함해 미국 일본과의 관계재설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지요.
그러나 김이 아직 권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면 당분간은 경제보다는 정치
문제에 신경을 쓰겠지요.
그렇더라도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치기반이 안정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결국은 경제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얘기지요.
지난해 북한의 3대제일주의, 즉 무역제일주의 농업제일주의 경공업
제일주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역은 외화벌이, 농업은 식량문제해결, 경공업은 생필품을 해결하겠다는
기조였습니다.
김정일의 노선도 그 기조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카리스마도 별로 없는 사람이.
경제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장기적인 권력기반을 다지려고 할 수밖에
없겠지요.
사실 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경제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70년대 후계자로 지목되고나서부터 경제가 공교롭게도
악화일로를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북한내에서는 김정일이 경제를 잘 모른다는 내부불만이 일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김정일로서는 이래저래 경제수술에 나서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안교수=역사적으로 자본주의국가건 사회주의국가건 정통성을 결여한
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정당성결여를 중화시키기 위해 가장 유용한 수단이
경제활성화였습니다.
북한에도 김정일체제가 등장하게 되면 어떤 방법을 택하건 단기적인 경제
활성화에 촛점을 맞추게 되지 않을 까요.
그렇게되면 북한의 경제개방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동안 북이 추진해온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설정과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법설정등 개방을 위한 정책기조는 분명히 견지될 것입니다.
경제를 개방시키기 위한 일련의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핵문제가 걸려 서방
자본주의국가들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핵투명성을 위한 협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개방의 효율화를 위해 정치.군사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김일성사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미국 일본등 서방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유연한 제스처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관련해 주목
할만 합니다.
클린턴미국대통령이 김일성사망에 애도를 표시한게 그 예라고나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건 중국의 태돕니다.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북한정권을 안정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인접국가가 될
것입니다.
북한정권의 단기적 안정을 통해 지속적인 영향력유지를 위해 원유공급
식량지원등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북의 동요를 막기위해서지요.
<>이교수=김정일이 어느정도의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었는지도 짚어봐야
합니다.
경제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동안 남한기업들이 제3국을 통해 북한측과
연결하는 루트는 정무원과 당 두가지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 루트가 다 김정일과 연결돼 있었다고 합니다.
확인된 얘기는 아닙니다만.
이런 설이 사실이라면 김이 경제문제에도 상당한 영향력과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그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테크노크랫들의 조직이 있었겠지요.
예컨대 김달현이 그런 사람들이지요.
물론 최근들어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형국에 놓여있긴 합니다만
그런 테크노크랫들의 도움을 통해 김정일이 개방에 관한 한 적어도 적극적
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개혁은 정치적인 문제와 연결되는 만큼 별개로 논의돼야 할 사안
이겠습니다만.
<>안교수=개혁.개방을 한다고 할때 북한의 노선은 어느쪽이 될지도 관심
거립니다.
중화학의 틀을 다져놓은 북한의 경제구조는 러시아와 상당히 유사한게
사실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이상으로 중화학공업이 육성돼 있을 지도 모릅니다.
중국도 중공업중심으로 돼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농촌에 향진기업을
중심으로 경공업도 어느정도 균형을 맞춰왔지요.
농업내부에 있는 제조업(향진기업)과 농업사이의 연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져 왔지요.
그러나 북한은 일부지역을 빼고는 경공업이 취약한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개혁.개방노선을 밟는다면 아마도 중국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단기적인 경제회생을 위해 가장 절실한게 중국의 지원일텐데 중국은
물자지원을 통해 제도에 대한 수출압력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중국식 개방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정치적인 개혁까지 추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문제는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 개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기업에 자율의사결정권, 외환자율권, 이익내부유보등 경제논리에
대한 개혁없이 이뤄지는 개방은 그 효과가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일이 설령 제한적인 개방을 추진하더라도 일정 싯점에서는 개혁을
수반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교수=북한이 초기에 경제적 성과가 컸던 것은 체제의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통제경제의 초기에는 한정된 재원을 특정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지요.
소련경제도 마찬가지였지 않습니까.
스탈린때 중화학공업이 급속도로 발전하자 "미국을 손아귀에 넣는 것도
시간문제다"고 큰소리를 쳤을 정도지요.
경제발전단계를 커브로 그려본다면 사회주의 경제는 초기에는 급상승
커브를 그릴 수있습니다만 어느 단계가 지나면 바로 그 체제의 경직성
때문에 모순에 부딪쳐 정체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주체"에 의한 자력갱생모델이 초기에는 어느정도 효과를 거둔 것같이
비춰졌습니다만 이내 한계에 봉착해 오늘의 경제난에 이른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다고나 할까요.
<>안교수=사회주의계획이라는건 목적지향성이 강하고 자원동원능력에서도
자본주의를 앞서는 측면이 있지요.
중국도 대약진계획이전까지 자본축적능력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은 유효자원이 축적되지 않게 되지요.
그 시기에 이르게 되면 생산성이 늘게 되지 않습니다.
기술진보가 있어야 되는데 통제정책에선 그게 불가능해지요.
시장경쟁에 의해 한계기업은 스스로 도태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체제모순
으로 그런 경쟁에 의한 기술진보의 자극효과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교수=북한체제의 모순은 단지 경제개혁만으로 이뤄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김일성체제의 개방노선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예컨대 나진.선봉지역을 외부와 철조망으로 고립시켜 사상적으로 검증된
핵심당요원들만 출입을 시켰습니다.
말하자면 "오염"의 리스크를 철저히 차단한 개방실험이었지요.
이런 개방이 본질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신의주등지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경제의 실질적인 회생을 위해서는 이런 개방정책이 확대돼야 하는데
어느정도 진전될지가 관심입니다.
김정일이 체제유지에 자신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직은 장담
하기 어렵지요.
북한주민들이 바라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협동농장을 해체해
개인적인 농사를 짓게한다는지 개인상점을 확대한다든지 하는 중국식
개혁이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안교수=김정일이 궁극적으로 개방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는데는 동감
입니다.
그런데 경제개혁은 거기에 따르는 부담이 엄청납니다.
김일성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도 개혁에 주저했는데 김정일이 어느정도
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개혁없는 개방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외부, 중국으로부터 오는
원유나 식량의 지원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김정일로서는
고민거리일 것입니다.
주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도 숙제고요.
이런 세가지 과제때문에 김정일이 어느정도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1년만 버텨도 오래 버티는 것이 되겠지요.
<>이교수=동감입니다.
김정일이 지금의 상태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체제를 유지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요.
제2, 제3의 정권이 나오면서 단계적인 개혁을 추구해 나갈 가능성이
높지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권"이 무너질 수는 있어도 북한이라는 "체제"
자체가 함몰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도 내부적으로 상당한 기득권세력을 형성해 왔습니다.
내부적 지도노선에 대한 대립으로 사정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그들의 지배
체제 자체를 남쪽에 접수시키려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오히려 경제사정의 점진적인 개선을 위해서 남쪽에 민간차원의 경협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올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남쪽의 노후시설을 옮기도록 한다든지 해서 마비된 산업시설을 재구축
하려는 노력에 나서겠지요.
지금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더라도 남북한간의 경제적 교류는 상당히
일어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연간교역규모가 20억달러정도인에 지금도 남한과의 반입.반출규모
가 2억달러에 이릅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북한교역규모의 20%정도를 차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역이나 투자를 확대해 가는 일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요.
<>안교수=남북한 경제구도에서 북한에 새로 들어설 지도부가 어떤 그림을
설정할 지가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우선 핵투명성이 보장된다면 북한과 일본 미국등 주변국가와의 경제협력은
정도의 문제일뿐 상당히 진전될 것입니다.
예상되는 남북한정상회담을 북한측이 파기하지 않고 유보적인 상태로 관망
하고 있다는 것도 일단은 고무적입니다.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이 일단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과의 본격적인 협력관계에 들어갈 경우 라이벌이 될만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지식집약산업은 물론 경공업까지 고루 갖추고 있는 백화점식 산업
구조의 국가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분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북일수교이후의 배상금지급도 중요한 변수지요.
50억달러정도의 얘기도 나왔었습니다만.
그런 자금이 북한에 들어갈 수있다면 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중 상당수가 특정 프로젝트에 연계돼서 들어갈 것이라는 점
입니다.
북한으로서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자금인데 우리정부는 이 자금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변수를 신중하게 감안해야 합니다.
대북경제관계 정립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이교수=요즘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북한의 장기적인 경제마스터플랜을
서방국가에 용역으로 줬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남북경제합작시대에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북한의 통신 도로등 사회간접자본시설확충이나 산업표준화등이 경제통합의
고려요인이 될텐데 남한이 배제된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마스터플랜이 전개
돼 나간다면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면서 대북교섭에 나서야 할 것
입니다.
전향적으로 미래를 보는 시각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을 것이란 생각
입니다.
어쨋거나 남북한간 경제교류는 양자의 이익이 늘어가게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경제통합에도 도움이 됩니다.
경제학용어를 빌린다면 포지티브 섬의 게임이 돼야지 북한을 막다른 궁지
로 몰고가는 것은 결국 마이너스 섬이 될 뿐이란 점에서 경계해야지요.
<>안교수=그렇습니다.
과거 카터시대는 대소군사균형정책이었던데 비해 레이건정권이 들어서면서
SDI등 소련과의 군사경쟁에서 일방적인 우위에 들어서는 정책을 추구
했습니다.
전형적인 냉전시대의 정책이었는데 외면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같은 실험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국내에서도 북한을 힘으로 밀어
붙여야 한다는 논리가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소관계와 남북한관계는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소련이 무너진다고 해서 난민들이 미국으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북한이 몰락해 버리면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게 돼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북한경제가 안정성을 유지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대화를 통해
통합되도록 해야 합니다.
통일만을 위한 통일은 추구해 북한을 힘으로 밀어 붙이겠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철저히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차제에 우리가 대북정책에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과정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로운 통행이 이뤄지고, 북한주민의 인권이 보장될수 있다면 일단은
우리의 바램이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인도주의적 통합, 포괄적 의미에서 민족적
통합이 이뤄지게 됩니다.
정치적인 통일이라는 건 오히려 부차적인 부산물로 얻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대북철학의 정립이 시급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를 전략적 전술적으로 볼게 아니라 철학적인 하부구조로부터
설정한다면 어려울게 없습니다.
고르바초프와 대처의 관계를 보면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요.
베를린장벽이 어떻게 무너지게 됐습니까.
도대체 통독이 됐다고 해서 샴페인을 터뜨릴 필요가 있었겠냐는 독일내의
여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교수=이 싯점에서 우리정부가 북한정부에 어떤 경협카드를 택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입니다.
북한에 정경분리를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할 것이냐
하는 문제지요.
저는 이 문제를 다시한번 정리해 볼 계기가 왔다고 봅니다.
정경분리냐 아니냐하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고집할게 아니라 민간기업의
대북협력은 그대로 추진하게 두고 정부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시설지원등은
정부의 일정을 갖고 추진하는 역할분담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고답적인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체제경쟁인 틀과 냉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지요.
<>안교수=그렇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식인들이 북한의 열악한 경제환경을 거론하며 "북한과의 경협에서 얻을게
무엇이냐"는 냉소적인 얘기를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에 판단을
맡길 일입니다.
기업의 자율을 존중해야지요.
<>이교수=동감입니다.
기업이 알아서 판단토록하되 그렇다고 정부가 굳이 기업을 지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정부는 북한에 이런저런 제도를 개선하라는 거시적인 요청은 할 수
있겠습니다만 기업이 스스로의 판단과 힘으로 북한에 진출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얘기입니다.
<>안교수=몇마디 첨언한다면 첫째 대북경제정책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를 참고해야 합니다.
구서독은 사민당 기민당등 정책차별성이 뚜렷한 정당이 교대로 집권
했습니다.
그러나 대동독관련정책에서만은 어느 정당이 집권하건 일관성을 유지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정책을
이래저래 정책을 바꿨습니다.
김달현전정무원부총리가 우리나라를 다녀갔습니다만 그는 대단히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남한의 산업을 시찰하고 경제기획원등 정부부처까지 방문해서 이런
저런 투자를 요청했었습니다.
어쨋건 일국의 부총리가 그런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용기
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응은 어땠습니까.
그가 요청한 투자요청을 들어줬습니까.
하나도 들어준게 없었습니다.
김달현씨가 북한으로 돌아가서 실각한데는 그런 문제도 작용했을 겁니다.
실용주의적인 지도자를 우리가 도와줘야지요.
그리고 그때가 이제 왔습니다.
< 정리 = 이학영 기자 >
"김정일호"가 이끄는 북한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김체제는 극도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던질 것인가.
그나마의 부분개방노선마저 팽개칠 것인가. 아니면 업적 정통성을 노린
과감한 경제개방.개혁실험에 나설 것인가. 그것은 중국식일까 아니면 정치
의 변화까지 수반하는 러시아방정식일까. 우리의 대응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한국경제신문은 11일 이영선 연세대교수와 안석교 한양대교수의 긴급대담
을 통해 향후 북한경제정책의 행로를 전망해 봤다.
진행은 정규재 경제부기자.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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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교 한양대교수=북한경제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는
첫째 김정일이 어려운 경제를 김일성으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수출이 어렵다든지 고용이 나쁘다든지, 외채가 쌓인다든지 하는 정도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극도로 악화돼 있다는 점입니다.
식량난이 문젭니다.
지난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이 약3백50만t이었는데 실제소요량은 적어도
7백50만t이라고 합니다.
자급자족률이 50%선에도 못미치고 있지요.
의식주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물리적인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상태에서 김정일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기실 북한경제는 90년이후 계속 마이너스상태를 밟아왔습니다.
그동안은 쌓일대로 쌓인 북한주민들의 불만을 김일성의 카리스마로 호도해
왔습니다만 과연 김정일에게도 그게 가능할까요.
먹는 문제조차 해결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부친의 카리스마를 결여한
김정일이 북한주민들의 "인내의 상한선"을 어디로 설정할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그렇게 보면 김정일은 출발선부터가 대단히 불리한 상황에 있는 셈이지요.
<>이영선 연세대교수=김정일이 택할 수 있는 경제정책선택의 가짓수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와도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요.
김정일이 정치적으로 강력한 기반을 이미 장악했다면 경제수술에 곧바로
나설 수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그동안 김일성은 일부 유화정책을 쓰는듯한 기미를 보여왔습니다.
김정일도 권력기반만 안정돼 있다면 부친의 노선을 답습할 것입니다.
남북한 관계개선을 포함해 미국 일본과의 관계재설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지요.
그러나 김이 아직 권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면 당분간은 경제보다는 정치
문제에 신경을 쓰겠지요.
그렇더라도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치기반이 안정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결국은 경제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얘기지요.
지난해 북한의 3대제일주의, 즉 무역제일주의 농업제일주의 경공업
제일주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역은 외화벌이, 농업은 식량문제해결, 경공업은 생필품을 해결하겠다는
기조였습니다.
김정일의 노선도 그 기조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카리스마도 별로 없는 사람이.
경제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장기적인 권력기반을 다지려고 할 수밖에
없겠지요.
사실 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경제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70년대 후계자로 지목되고나서부터 경제가 공교롭게도
악화일로를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북한내에서는 김정일이 경제를 잘 모른다는 내부불만이 일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김정일로서는 이래저래 경제수술에 나서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안교수=역사적으로 자본주의국가건 사회주의국가건 정통성을 결여한
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정당성결여를 중화시키기 위해 가장 유용한 수단이
경제활성화였습니다.
북한에도 김정일체제가 등장하게 되면 어떤 방법을 택하건 단기적인 경제
활성화에 촛점을 맞추게 되지 않을 까요.
그렇게되면 북한의 경제개방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동안 북이 추진해온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설정과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법설정등 개방을 위한 정책기조는 분명히 견지될 것입니다.
경제를 개방시키기 위한 일련의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핵문제가 걸려 서방
자본주의국가들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핵투명성을 위한 협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개방의 효율화를 위해 정치.군사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김일성사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미국 일본등 서방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유연한 제스처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관련해 주목
할만 합니다.
클린턴미국대통령이 김일성사망에 애도를 표시한게 그 예라고나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건 중국의 태돕니다.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북한정권을 안정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인접국가가 될
것입니다.
북한정권의 단기적 안정을 통해 지속적인 영향력유지를 위해 원유공급
식량지원등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북의 동요를 막기위해서지요.
<>이교수=김정일이 어느정도의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었는지도 짚어봐야
합니다.
경제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동안 남한기업들이 제3국을 통해 북한측과
연결하는 루트는 정무원과 당 두가지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 루트가 다 김정일과 연결돼 있었다고 합니다.
확인된 얘기는 아닙니다만.
이런 설이 사실이라면 김이 경제문제에도 상당한 영향력과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그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테크노크랫들의 조직이 있었겠지요.
예컨대 김달현이 그런 사람들이지요.
물론 최근들어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형국에 놓여있긴 합니다만
그런 테크노크랫들의 도움을 통해 김정일이 개방에 관한 한 적어도 적극적
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개혁은 정치적인 문제와 연결되는 만큼 별개로 논의돼야 할 사안
이겠습니다만.
<>안교수=개혁.개방을 한다고 할때 북한의 노선은 어느쪽이 될지도 관심
거립니다.
중화학의 틀을 다져놓은 북한의 경제구조는 러시아와 상당히 유사한게
사실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이상으로 중화학공업이 육성돼 있을 지도 모릅니다.
중국도 중공업중심으로 돼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농촌에 향진기업을
중심으로 경공업도 어느정도 균형을 맞춰왔지요.
농업내부에 있는 제조업(향진기업)과 농업사이의 연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져 왔지요.
그러나 북한은 일부지역을 빼고는 경공업이 취약한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개혁.개방노선을 밟는다면 아마도 중국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단기적인 경제회생을 위해 가장 절실한게 중국의 지원일텐데 중국은
물자지원을 통해 제도에 대한 수출압력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중국식 개방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정치적인 개혁까지 추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문제는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 개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기업에 자율의사결정권, 외환자율권, 이익내부유보등 경제논리에
대한 개혁없이 이뤄지는 개방은 그 효과가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일이 설령 제한적인 개방을 추진하더라도 일정 싯점에서는 개혁을
수반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교수=북한이 초기에 경제적 성과가 컸던 것은 체제의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통제경제의 초기에는 한정된 재원을 특정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지요.
소련경제도 마찬가지였지 않습니까.
스탈린때 중화학공업이 급속도로 발전하자 "미국을 손아귀에 넣는 것도
시간문제다"고 큰소리를 쳤을 정도지요.
경제발전단계를 커브로 그려본다면 사회주의 경제는 초기에는 급상승
커브를 그릴 수있습니다만 어느 단계가 지나면 바로 그 체제의 경직성
때문에 모순에 부딪쳐 정체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주체"에 의한 자력갱생모델이 초기에는 어느정도 효과를 거둔 것같이
비춰졌습니다만 이내 한계에 봉착해 오늘의 경제난에 이른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다고나 할까요.
<>안교수=사회주의계획이라는건 목적지향성이 강하고 자원동원능력에서도
자본주의를 앞서는 측면이 있지요.
중국도 대약진계획이전까지 자본축적능력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은 유효자원이 축적되지 않게 되지요.
그 시기에 이르게 되면 생산성이 늘게 되지 않습니다.
기술진보가 있어야 되는데 통제정책에선 그게 불가능해지요.
시장경쟁에 의해 한계기업은 스스로 도태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체제모순
으로 그런 경쟁에 의한 기술진보의 자극효과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교수=북한체제의 모순은 단지 경제개혁만으로 이뤄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김일성체제의 개방노선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예컨대 나진.선봉지역을 외부와 철조망으로 고립시켜 사상적으로 검증된
핵심당요원들만 출입을 시켰습니다.
말하자면 "오염"의 리스크를 철저히 차단한 개방실험이었지요.
이런 개방이 본질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신의주등지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경제의 실질적인 회생을 위해서는 이런 개방정책이 확대돼야 하는데
어느정도 진전될지가 관심입니다.
김정일이 체제유지에 자신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직은 장담
하기 어렵지요.
북한주민들이 바라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협동농장을 해체해
개인적인 농사를 짓게한다는지 개인상점을 확대한다든지 하는 중국식
개혁이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안교수=김정일이 궁극적으로 개방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는데는 동감
입니다.
그런데 경제개혁은 거기에 따르는 부담이 엄청납니다.
김일성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도 개혁에 주저했는데 김정일이 어느정도
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개혁없는 개방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외부, 중국으로부터 오는
원유나 식량의 지원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김정일로서는
고민거리일 것입니다.
주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도 숙제고요.
이런 세가지 과제때문에 김정일이 어느정도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1년만 버텨도 오래 버티는 것이 되겠지요.
<>이교수=동감입니다.
김정일이 지금의 상태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체제를 유지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요.
제2, 제3의 정권이 나오면서 단계적인 개혁을 추구해 나갈 가능성이
높지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권"이 무너질 수는 있어도 북한이라는 "체제"
자체가 함몰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도 내부적으로 상당한 기득권세력을 형성해 왔습니다.
내부적 지도노선에 대한 대립으로 사정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그들의 지배
체제 자체를 남쪽에 접수시키려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오히려 경제사정의 점진적인 개선을 위해서 남쪽에 민간차원의 경협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올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남쪽의 노후시설을 옮기도록 한다든지 해서 마비된 산업시설을 재구축
하려는 노력에 나서겠지요.
지금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더라도 남북한간의 경제적 교류는 상당히
일어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연간교역규모가 20억달러정도인에 지금도 남한과의 반입.반출규모
가 2억달러에 이릅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북한교역규모의 20%정도를 차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역이나 투자를 확대해 가는 일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요.
<>안교수=남북한 경제구도에서 북한에 새로 들어설 지도부가 어떤 그림을
설정할 지가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우선 핵투명성이 보장된다면 북한과 일본 미국등 주변국가와의 경제협력은
정도의 문제일뿐 상당히 진전될 것입니다.
예상되는 남북한정상회담을 북한측이 파기하지 않고 유보적인 상태로 관망
하고 있다는 것도 일단은 고무적입니다.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이 일단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과의 본격적인 협력관계에 들어갈 경우 라이벌이 될만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지식집약산업은 물론 경공업까지 고루 갖추고 있는 백화점식 산업
구조의 국가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분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북일수교이후의 배상금지급도 중요한 변수지요.
50억달러정도의 얘기도 나왔었습니다만.
그런 자금이 북한에 들어갈 수있다면 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중 상당수가 특정 프로젝트에 연계돼서 들어갈 것이라는 점
입니다.
북한으로서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자금인데 우리정부는 이 자금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변수를 신중하게 감안해야 합니다.
대북경제관계 정립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이교수=요즘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북한의 장기적인 경제마스터플랜을
서방국가에 용역으로 줬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남북경제합작시대에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북한의 통신 도로등 사회간접자본시설확충이나 산업표준화등이 경제통합의
고려요인이 될텐데 남한이 배제된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마스터플랜이 전개
돼 나간다면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면서 대북교섭에 나서야 할 것
입니다.
전향적으로 미래를 보는 시각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을 것이란 생각
입니다.
어쨋거나 남북한간 경제교류는 양자의 이익이 늘어가게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경제통합에도 도움이 됩니다.
경제학용어를 빌린다면 포지티브 섬의 게임이 돼야지 북한을 막다른 궁지
로 몰고가는 것은 결국 마이너스 섬이 될 뿐이란 점에서 경계해야지요.
<>안교수=그렇습니다.
과거 카터시대는 대소군사균형정책이었던데 비해 레이건정권이 들어서면서
SDI등 소련과의 군사경쟁에서 일방적인 우위에 들어서는 정책을 추구
했습니다.
전형적인 냉전시대의 정책이었는데 외면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같은 실험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국내에서도 북한을 힘으로 밀어
붙여야 한다는 논리가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소관계와 남북한관계는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소련이 무너진다고 해서 난민들이 미국으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북한이 몰락해 버리면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게 돼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북한경제가 안정성을 유지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대화를 통해
통합되도록 해야 합니다.
통일만을 위한 통일은 추구해 북한을 힘으로 밀어 붙이겠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철저히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차제에 우리가 대북정책에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과정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로운 통행이 이뤄지고, 북한주민의 인권이 보장될수 있다면 일단은
우리의 바램이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인도주의적 통합, 포괄적 의미에서 민족적
통합이 이뤄지게 됩니다.
정치적인 통일이라는 건 오히려 부차적인 부산물로 얻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대북철학의 정립이 시급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를 전략적 전술적으로 볼게 아니라 철학적인 하부구조로부터
설정한다면 어려울게 없습니다.
고르바초프와 대처의 관계를 보면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요.
베를린장벽이 어떻게 무너지게 됐습니까.
도대체 통독이 됐다고 해서 샴페인을 터뜨릴 필요가 있었겠냐는 독일내의
여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교수=이 싯점에서 우리정부가 북한정부에 어떤 경협카드를 택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입니다.
북한에 정경분리를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할 것이냐
하는 문제지요.
저는 이 문제를 다시한번 정리해 볼 계기가 왔다고 봅니다.
정경분리냐 아니냐하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고집할게 아니라 민간기업의
대북협력은 그대로 추진하게 두고 정부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시설지원등은
정부의 일정을 갖고 추진하는 역할분담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고답적인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체제경쟁인 틀과 냉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지요.
<>안교수=그렇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식인들이 북한의 열악한 경제환경을 거론하며 "북한과의 경협에서 얻을게
무엇이냐"는 냉소적인 얘기를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에 판단을
맡길 일입니다.
기업의 자율을 존중해야지요.
<>이교수=동감입니다.
기업이 알아서 판단토록하되 그렇다고 정부가 굳이 기업을 지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정부는 북한에 이런저런 제도를 개선하라는 거시적인 요청은 할 수
있겠습니다만 기업이 스스로의 판단과 힘으로 북한에 진출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얘기입니다.
<>안교수=몇마디 첨언한다면 첫째 대북경제정책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를 참고해야 합니다.
구서독은 사민당 기민당등 정책차별성이 뚜렷한 정당이 교대로 집권
했습니다.
그러나 대동독관련정책에서만은 어느 정당이 집권하건 일관성을 유지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정책을
이래저래 정책을 바꿨습니다.
김달현전정무원부총리가 우리나라를 다녀갔습니다만 그는 대단히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남한의 산업을 시찰하고 경제기획원등 정부부처까지 방문해서 이런
저런 투자를 요청했었습니다.
어쨋건 일국의 부총리가 그런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용기
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응은 어땠습니까.
그가 요청한 투자요청을 들어줬습니까.
하나도 들어준게 없었습니다.
김달현씨가 북한으로 돌아가서 실각한데는 그런 문제도 작용했을 겁니다.
실용주의적인 지도자를 우리가 도와줘야지요.
그리고 그때가 이제 왔습니다.
< 정리 = 이학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