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주석의 사망은 "북한"자체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북한정권의 창출과 유지에 있어 김주석의 의미는 국가통치자라는 개념을
훨씬 초월하는 힘이 있었고 비록 의도된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주민들에
있어서는 삶의 목표요 어떤 믿음보다 우선하는 종교였다.

김주석의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상 세계적인 관심은 북한의 권력
승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누구에게 이양되느냐 하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김주석이 이미 만82세라는 고령이었던 탓에 내부적으로도 당연히 그의
사후를 대비한 권력승계작업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김주석은 아들 김정일에게 권력을 이양하기 위한 내부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모든 독재국가 권력승계과정이 그렇듯이 그간 쌓여온
권력의 경직현상과 지도층의 권력독점에 따른 내부의 위화감, 경제난을
중심한 주민들의 불만감 표출이 어떤 작용을 하느냐 하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김주석의 "서거"라는 급작스런 상황으로 우상이 일시에 사라지고 아직
정식승계절차를 밟지 못한 상태에서 김정일의 집권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예상을 현재로서는 자신있게 펼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선 김정일이 김주석과 같은 카리스마적 영도력을 과연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같은 정치적 영향력결여를 의식한 김일성은 지난해 4월 김정일을 북한
인민군 원수및 국방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군권을 확보하게 했다.

독재국가에서 군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의 힘을 장악하는 의미를
지니는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항일 빨치산세대를 중심한 기득권세력과의 갈등으로
엄청난 내부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김정일은 집권과정에서 물리적인 강압수단을 총동원, 자신에 대한
반대세력을 진압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되짚어 볼수 있는 대목이 김주석이 과연 평양당국의 보도대로
"자연사"했느냐는 의문이다.

비록 고령이라고는 해도 최근 보여준 왕성한 활동과 전담 의료진만 수백명
에 달하는 점을 생각할 때 일부 외신이 전하는대로 그의 사인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김주석이 "암살"당한 것이라면, 그것이
김정일에 대한 반대세력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는
상당한 험로를 겪을 것임은 분명하다.

또하나 이같은 과정에서 상정할 수 있는 것중의 하나가 집단지도체제의
등장이다.

이러한 상황은 김일성족벌내의 복잡한 가족관계, 김정일과 김일성의
후처인 김성애와의 극심한 반목, 이에따른 이복형제들과의 암투등이 단독
권력장악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서 이데올로기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노선을 택하게 될 경우 남북관계의 긴장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승계를 둘러싼 집단간의 반목과 갈등이 심해질수록 내부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모험주의적 도발가능성이 고조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같은 가능성은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

김일성사후의 북한의 권력승계를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일단 김정일에게
승계가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북한권력층의 암투와 진통을 겪으면서 어떤
정리과정을 밟게될 것이다.

이 과정이 별다른 물리적 충돌없이 진행될지, 심한 갈등과 이에따른 숙청
이라는 모습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우리로서 가장 경계해야할 대목은 사실 권력승계자체보다 여기서 파생되어
나오는 북한당국의 의사결정, 다시말해 내부동요진정을 위해 남측에 대한
도발이라는 최대의 모험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김일성사후의 북한은 장기적으로는 공업화 선진화에
의한 산업사회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는 세계적 추세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현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폐쇄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모순되는 정책을 지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관련,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들은 김일성주석의 사후 북한사회의
변화에 대해 기존체제의 급속한 붕괴와 군부와 테크노크라트의 연합체제
등장등을 예언하는가 하면 정치적 카리스마도, 정치수완도 별로 없는
김정일이 별다른 안정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