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라는 역할이 별로 낯설지가 않아요. 무당이나 배우나 신기가
필요한 직업이라서 그런가봐요"

연극배우 박정자(52)씨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무녀도"에서 주인공 모화역을 맡아 그특유의 "신들린 연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박씨는 무당역을 충실히 소화해 내기 위해 6월의 더운날씨에도 겹겹이
의상을 갖춰 입고 인간문화재 김금화씨에게서 직접 무당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무당역을 하는 것보다 경상도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털어놓는 박씨는 그러나 무당이라는 강한 이미지가 그대로 굳어져 버릴까봐
다시는 무당역은 하지 않겠다며 웃는다.

"무녀도"(차범석 각색 강영걸 연출)는 극단 띠오빼빼가 세계무대를
겨낭해서 제작한 작품으로 서울공연후 청주 대구 부산등 지방공연에 이어
10월에는 일본무대에 올려질 예정.

순회공연후 곧바로 극단 실험극장이 기획한 명배우시리즈 두번째 작품
"11월의 왈츠"의 연습에 들어가야 하는 박씨는 "지금까지 연극으로 쌓인
피로를 연극으로 푼다고 자신하며 살아왔지만 50이 넘은 나이때문인지
요즘은 건강이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년여성의 삶과 고독을 그린 창작 1인극 "11월의 왈츠"에 깊은
기대를 갖고 있는듯 "그극에서 4~5곡정도의 가요를 부를 거예요. 어쩌면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를지도 모르겠어요"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박정자씨는 이화여대 신문학과 재학시 연극반에서 할동을 했으며 64년
동인극장에서 "악명"으로 연극에 데뷔, 연기생활 30년을 맞고 있다.

"하고 싶은 작품은 거의 해보고 또 열심히 해 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후회나 미련은 없어요. 이제 바라는 것은 건강이 허락하는한 무대에 서면서
후배들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지요"

기독교 신자인 아들을 붙잡고 "서역귀신 물러나라"고 외치던 모화역에서
벗어나 옅은 베이지색 긴치마와 나시를 아래위로 차려입은 일상의 박정자로
돌아온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늘 ''나는 무슨 역할이듯 소화해낼수 있어''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이며
연기생활에 임해 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