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금융전업군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재무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분간은 손대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지선다형으로 모든 경우의 대안을 다 제시하긴 했지만 아무 것도
"않하거나" 아무도 "못하도록"하는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손대지 않을 경우엔 금융자율화를 좀더 빨리 진척시켜 가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고, 설사 금융전업자본이라는 개념이나 제도를 도입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길만 터놓는 데 의의를 두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은행을 중심으로 증권이나 보험등 타영역의 기관을 흡수해가며 "기업군화"
하는 것도 당분간은 논의하지 말자고 했다. 금융산업의 업무영역조정
차원에서 다루자는 이유에서다.

결국 금융전업자본이건 기업군이건 간에 제도화 여부에 관계없이 당분간
은 실질적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도록 하며 여건만 성숙시켜나가겠다는
의도가 확인된 셈이다.

재무부는 이날 3개의 시나리오를 밝혔다. 지금대로 그냥 놔두는 것과
조금만 손 대는 방안,그리고 금융전업자본제도를 시도해 보는 방안이다.
있을 수 있는 대안은 모두 꺼내놓은 것이다.

"재무부가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재무부는 토론회
의 "사회"만 보는 역할로 발을 뺐다. 여론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인위적으로 "금융대자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질 부작용
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전업자본이나 자본가를 만들 경우다. 이 경우
은행주식을 15%수준까지 가질 수 있는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이냐, 경영
독주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재무부는 <>비금융업의 지분을 일체 보유하지 않은 <>개인으로 <>30대
그룹소유주의 특수관계자는 배제되며 <>은행주식 매입자금은 자기자금
으로만 가능하다고 못밖았다.

쉽게말해 그동안 거론되오던 동양그룹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보험
대신등 비은행금융기업들 조차 법인명의로는 은행을 매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존의 대기업주들은 제조업체등 비금융업체의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만하고 그들의 친인척은 매입자격 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기존의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는한 부동산이나 사채등으로
수천억원의 몫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은행을 살 수 있는 셈이다.

그것도 금융실명제아래서 자기자금이라는 내역을 떳떳이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현실적으로 은행을 사지 못하게 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특혜시비 불식,산업자본과의 단절,정책의 공정성 확보등을 모두 얻으려다
보니 아무도 못하게 하고 만 꼴이 됐다. 재무부 스스로도 금융전업자본
도입방안의 말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요건을 갖춘 기업가가 출현했을때
은행을 경영할 수 있도록 길만을 터주기 위한 것"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이 "첨언"은 현실성이 없는 아이디어로 경제를 실험하려다 집중포화를
맞고 발을뺀 박재윤 경제수석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날 토론회에서의 주장은 천차만별이었다. 대체로 학자들은 금융
전업자본을 도입한다는 방향에는 찬성했지만 현실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고 금융계에서는 반대논지를 펴면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저마다
입장을 달리했다.

결국 말많던 금융전업자본 도입방안은 "세월"이 해결해 주게 됐다. 앞으로
재무부에 설치될 태스크포스에서 구체적인 접근방안이 마련되겠지만 어떤
대안이 선택되건 당장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유야무야"의 결론이
날 것 같다.

<정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