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 듯이 긴 마스트에 흰 돛을 달고 크레파스보다 진한 바다를
격렬히 헤쳐나가는 요트경기. 이보다 극명하게 여름과 젊음을 상징하는
스포츠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의 프란시스 코플라가 제작총지휘를 맡은 "바람과
야망"은 잠시나마 여름철 무더위를 시원하게 가셔주는 영화다.

호주의 아름다운 바닷가 뉴 포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요트경기 모습이
마치 스크린을 청백의 두 물감으로 온통 색칠해 놓은 듯하다.

이 영화는 요트계 최대의 레이스로 일컬어지는 "아메리카즈 컵"대회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메리카즈 컵은 1851년 미국의 "아메리카"호가 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주최한 요트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그 이름이 붙어졌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요트경기가 된 이 대회에서 미국은 130여년에
걸쳐 2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그러나 1983년 호주의 "오스트리아2"호에 우승을 내주면서 미국의 아성은
무너진다.

"바람과 야망"은 4년뒤 미국이 호주로부터 이 컵을 재탈환하기까지의
피나는 훈련과 도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천부적인 세일러 윌 파커는 자신의 실수로 호주팀에게 아메리카즈 컵을
빼앗기자 실의에 젖는다.

그러나 "한번 졌다가 이기는 것은 처음부터 이기는 일보다 통쾌한 일이야"
라고 마음을 고쳐먹은 그는 재기를 위한 와신상담의 길로 기꺼이 접어든다.

온갖 악조건을 이겨내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미국 유타주
사막 한복판에서 불굴의 인디안 전사 이름을 딴 "제로니모"호를 탄생시킨다.

역전의 용사들을 다시 불러 모아 이 배를 이끌고 아메리카즈 컵에 재출전한
그는 7차전을 치루는 접전끝에 호주를 물리치고 세계요트계를 다시 제패
한다.

이같이 평이한 스토리 라인에 간간이 사랑 얘기를 곁들이는 것이 이 영화의
큰 흐름이다.

"바람과 야망"은 일반 극장보다는 아이맥스관에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영화다.

삐거덕 거리는 스토리 전개는 보잘 것 없지만 시원스레 펼쳐지는 요트경기
모습만은 장관이기 때문이다.

"버디"의 매튜 모딘이 윌 파커역을 맡았다. 캐롤 발라드 감독.

(필름 링크제작, 7월2일 씨네하우스 동숭아트센터 이화예술극장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