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정부와의 사이가 완전한 해빙기를 맞은 것인가. 현대중공업등
현대그룹3사에 대해 장외등록을 허용키로 한 정부의 방침이 확인되면서
이번 조치가 현대그룹에 대한 포괄적인 금융제재 해제로 이어질 것인가에
경제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초 현대전자의 해외투자가 승인된데 이어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일선퇴진"을 선언했고 얼마되지 않아 장외등록이 허용됨으로써 마치
"예정된" 수순을 가는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들어 "현대그룹의 일이건, 다른 기업과 관련된 사안이건
모두 관련기관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말들이 관가에서 자주
흘러나와 이런 시각을 더욱 신빙성있게 하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현대그룹이 추진해 오던 계획중 "제재조치"로 알려지고 있는 것은
<>중공업과 산업개발 엘리베이터의 장외등록<>현대상선과 고려산업개발의
공개 <>현대전자의 해외증권(주식예탁증서 6천만달러)발행 <>산업은행의
설비자금지원등이다.

한결같이 "신청을 하지 않거나 신청후 자진철회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못해 온 사안들이다. 이번에 이중에서 현대그룹자체의 이해득실로만
본다면 가장 약효가 미약한 장외등록이 풀린 것이다.

약한 것부터 점차적으로 풀리는게 선례임을 감안하면 정부측의 시각전환
을 보여주는 전기점으로해석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전반적인
해금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외등록으로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대상은 현대그룹이 아니라 현대그룹의 종업원들
이라는 점에서다.

이들 3개사의 주식은 재작년 대선과정에서 정명예회장이 종업원들에게
나누어준 것이고 최근들어 현대중공업등의 노사관계가 불안정해 지면서
노조측이 이들 주식의 장외등록을 요구해오기도 했다. 매입가격보다 값이
상당히 올라 종업원들에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측은 "회사도 원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못한다"고 설명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종업원들의 복지문제를 정부가 막아온 셈이 됐다. 만일
현대그룹의 노사관계가 악화될 경우 그 빌미를 당국이 제공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오히려 정부측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견해가 내부적으로
제기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볼수 있다.

결국 "현대그룹을 위한 금융제재 해제"가 아니라 "노사분규방지를 위한
단발조치"로 선택이 불가피할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가 현대측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청와대와
경제기획원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취해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재석부총리가 "건의문"을 내도록 현대측에 통보,청와대와 경제기획원에
건의문이 접수됐고 한차례의 보완을 거쳐 지난 주말에 "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조치를 기업공개나 산은자금지원, 해외증권발행등으로
연장해석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로 임창열재무부
제1차관보는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언급된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강영주 재무부 증권보험국장도 해외증권발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올해 해외증권발행한도가 이미 소진됐고 앞으로 한도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현대보다 앞서 신청한 기업들이 많아 현대그룹사에까지
순서가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제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들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해빙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당국이 현대그룹에만 금융제재를 가할수 있는 명분도 취약할 뿐
아니라 경제계에서 이번조치를 "순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문제일뿐 정치권도 결국엔 "경제논리"로 돌아서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장외등록허용이 결과적으로 노사화합으로
연결될때 이같은 인식이 맞아 떨어질 가능성은 더욱 높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