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의 시금고를 잡아라" 내년 1월부터 발족할 전국 33개 통합시지역의
단위농협과 각지방은행에 떨어진"특명"이다.

현재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통합시군의 통합시명칭
과 청사위치결정문제와는 달리 통합시의 시금고유치여부는 해당지역 금융
기관의 사활을 건 경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통합대상지역가운데 기존 군지역의 금고와 시지역의 금고가 분리돼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즉 현재 군지역은 농협이 독점해온 반면에 시지역은 주로 해당지역의
지방은행들이 시금고를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시군통합이 이뤄지는 순간 해당 시.군지역의 금고도 통합됨에
따라 통합시금고를 둘러싼 어느 한쪽 금융기관의 양보나 포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 처한 통합대상지역은 강원도의 춘천시와 춘천군을 비롯,
모두 19개 지역에 이르고 있다.

나머지 14개지역은 다행히(?) 농협이 기존군과 시지역의 금고를 모두
유치하고 있어 갈등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금고가 서로다른 지역의 금융기관들은 통합시금고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우선 기존 예금고의 대폭하락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차간 양보
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기존의 금고를 잃느냐, 양쪽을 다 거머쥐느냐"라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셈이다.

현재 시지역의 경우 예금평잔규모가 적게는 1백억원에서 많게는 1천억에
이르고 있고 군지역은 50억에서 2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가운데 경남 창원시와 창원구일부가 통합되는 지역의 경우 예금평잔규모
가 1천5백억원규모로 엄청나 경남은행과 농협이 벌써부터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경쟁에서 이기기위해 지방은행은 지방은행대로, 농협은 또 그
나름대로 각종 명분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우선 지방은행은 기존 시지역의 금고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점과 지역
발전의 기여도를 앞세우고 있다.

경북의 7개통합시지역에서 농협과 경합이 붙은 대구은행의 한관계자는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직능적성격이 강한 농협보다는 자금회전능력
과 합리적 경영기법을 갖춘 우리측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농협측은 시군통합의 취지를 들어 거센 반격에
나서고 있다.

농협중앙회 공공예금추진과의 박희철대리는 "당초 도.농통합의 취지가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자치단체와 농촌지역의 경쟁력강화에 있다면 그동안
군지역발전에 많은 열성을 쏟아온 농협이 시금고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농협측은 또 기존 읍.면지역에 모두 농협이 들어가 있다는 점을 상기
시키며 군소지방의 원활한 자금순환과 업무연계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적격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방은행의 대주주가 거의 서울지역에 소재한 대기업들이란 점을
농협측이 거론하고 나올경우 양측간의 경쟁양상은 감정대립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소재 대주주들이 자금지원을 요청할 경우 아무래도 지역발전에 투입
되는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농협측은 상황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지방의 K은행
D은행 C은행등에 관한 방증자료를 이미 수집해둔 상태다.

그러나 시금고유치결정은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 기관장의 자율결정사항인
탓에 해당자치정부가 어떻게 이문제를 원만히 수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어느 한쪽으로의 편향된 태도가 나타날 경우 탈락한 금융기관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수도 없다.

그렇다고 보편적이고 설득력있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중앙정부차원의 지역별 할당과 같은 포괄조정안이 최근들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내무부의 정승우재정과장은 이와관련 "도.농통합을 위한 "행정구역통합에
관한 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고 난후 본격 논의가 시작될것"
이라며 "기본적으로 지방정부가 전권을 갖고 있지만 중앙정부차원에서 조정
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무부등과 협의을 벌일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시군통합이 추진되면서부터 주민투표와 통합시명칭등으로 일부지역에서
지역간 감정대립이 심화된 상태에서 이제는 금융기관의 조정문제가 시군
통합의 또다른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