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로 후끈했던 하루였다.
기업체사무실과 서울역 고속터미널등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후반전초 2대0으로 뒤지자 "역시나"하며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
종료 직전 우리팀이 동점골을 넣자 일제히 일어나 "만세"를 연발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후에도 흥분이 식지않은듯 북핵문제는 뒤로
한채 점심시간에 TV에서 녹화방영한 하일라이트를 지켜보며 온통 월드컵
얘기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
<>.이날 부서장 재량하에 축구경기시청을 허용한 삼성 대우 코오롱 쌍용등
대기업사무실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손을 아예 놓고 부서내에 설치된
TV앞에 모여 경기를 시청하기도.
삼성전자는 퇴근시간인 11시이후 녹화방송을 보낸다는 회사방침에 따라
전반전에는 평소처럼 조용한 분위기였으나 후반들어 녹화실에서 TV를 시청
하던 사원들의 함성이 새나오면서 각 사무실에서 TV를 하나 둘씩 켜기
시작해, 후반전 종료무렵에는 환호하는 직원들로 흥분의 도가니.
또 TV시청을 허용하지 않았던 대기업에서도 직원들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거나 인근다방과 음식정등으로 빠져나가 자리 곳곳이 비는등 사실상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역에는 역광장에 제일제당이 설치한 이동식 대형TV앞에 모여 앉아
경기를 시청하던 2백여명의 시민들은 우리팀이 위기나 기회를 맞을때마다
한숨과 환성을 번갈아 지르며 TV시청에 열중.
TV시청을 위해 부산행 열차를 1시간 늦췄다는 김사엽씨(32,회사원)는
"후반전 2대0으로 지는 순간 열차시간에 맞춰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서 경기를 끝까지 지켜봐 하마터면 극적인 장면을 못볼번
했다"고 말했다.
<>.시내 상가와 시장 백화점은 대부분 경기관전으로 사실상 개점휴업상태.
서울 청량리시장의 경우 많은 상인들이 경기관전을 위해 평소보다 1-2시간
빠른 오전 7시쯤 가게문을 열었으나 대다수가 일손을 놓은채 TV시청에 몰두
하기도.
명동 롯데백화점등 시내백화점도 월드컵중계 시간대에 백화점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자 상당수의 여직원들이 TV앞에 몰려들어 우리팀을 열렬히
응원하기도.
서울롯데호텔과 하얏트호텔등 1층라운지와 부페식당등에 대형 멀티비젼
TV를 설치한 주요호텔에서도 직원들이 외국인 관광객및 투숙객들과 한데
어울려 진지하게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
<>.이날 서울 구로공단에서 22개 입주업체가 휴무한 것을 비롯, 럭키금성
그룹등 많은 기업들이 주말휴무에 들어간 탓인지 서울 강남의 아파트밀집
지역에서는 가족이 함께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바람에 주차장이 평소 출근
시간이전처럼 많은 승용차들로 붐비기도.
창원공단내 일부기업체들은 사원들의 요청에 따라 축구경기 중계방송시간에
조업을 중단한채 단체로 TV를 시청.
삼성중공업 1,2공장에서는 사원 5천여명이 조업을 중단하고 TV앞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으며 3교대 근무를 실시하는 한국철강이나 삼미특수강
근로자들은 야간근무를 마친 근로자들이 귀가하지 않고 회사부근 음식점등에
몰려들어 TV를 시청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