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7일 전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프랑크프루트
회의에서 선포된 삼성의 신경영은 조기출퇴근제 라인스톱제 계열사정리
최고경영자(CEO)교육 등 숱한 변화와 함께 그룹내부는 물론 재계전반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삼성의 개혁은 재계를 크게 자극, 재계가 인사개혁등 다양한
경영혁신운동을 펼쳐나가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의
개혁은 얻은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적지않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성그룹은 지난1년을 "나부터 변화"가의식속에 깊이 뿌리내린
한해로 평가하고 있다.
눈에 띄게 무엇이 바뀌었다기보다는 변화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람의 질, 경영의 질, 제품.서비스의
질이라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나갈 기반이 만족할 정도로 형성됐다는
것이다.
1년전 삼성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 자체평가다. 조기출퇴근제와
라인스톱제로 시작된 충격요법은 "나도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기에 충분했고 구성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준 것이 무엇보다
개혁의 중요한 결과로 보고 있다. 고객중시사고, 사내인간관계, 자유로운
발언분위기, 업무재량권의 하부이양, 인간미.도덕성의 회복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1년간 조직과 인사제도를 과감히 개편
했고 업적평가 기준의 개정으로 질위주 경영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제화를 위한 작업도 스케줄에 맞춰 급진전, 그룹의 21세기 국제화비전
마련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 지역별 진출방향을 확정지었다.
지난 1년간의 개혁결과를 계량화해 외부에 내보일수는 없지만 구성원의
자세가 바뀐만큼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의 만족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2단계 개혁에 충분히 대비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7일 오전 이건희회장이 주재하는 사장단회의를 열어 제품과
서비스의 완벽을 기하자는 "품질선언"과 함께 신경영 2단계 개혁에
착수한다.
올해부터 96년 신경영 3주년을 맞는 2년간은 지난1년간의 변화를
바탕으로 <>품질과 서비스의 획기적인 변화 <>인사.교육제도의 전면개편
<>21세기 초일류기업 비전 제시에 나서 국제화 복합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3단계 개혁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3단계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2000년대 삼성은명실공히
세계 초일류기업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물론 삼성그룹도 개혁 추진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일부 불안감이 조성
됐다는 점이나 외부의 부정적 시각으로 당초 목표에 미달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또 권위의식이나 형식주의, 부서이기주의 성향이 아직 남아있으며
조기출퇴근제 임원현장근무 CEO교육등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는 점도
시인하고 있다.
<>.삼성의 변혁은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삼성의 개혁은 신정부의 개혁에 발을 맞추면서 "독주"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불러낸 것이 큰 실책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급속한 변화가 정부내부의 "반삼성분위기"를 자극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승용차사업 신규진출과 한비입찰등 재계의 핫이슈에서 삼성이
연거퍼 고배를 마셔야 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배경탓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내부의 변혁을 "외부 알리기"에 너무 주력했던 것역시 스스로를
옭아매는 역할을 해 오히려 개혁의 참뜻을 퇴색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조기출퇴근제도 전직원의 근무상황을 무시한채 일률적인 변화만을 강요한
탓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다시 플렉시블 타임제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CEO교육등 인사태풍은 내부의 불안감을 너무 자극해 실익이 없이
부작용만을 낳았다는 것이 그룹내부뿐 아니라 일반적인 평가다.
내부 불안감조성은 일사분란했던 조직구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쳐 최근
중요한 사업에서 잇단 실수를 연발케한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속에서도 재계는 삼성이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과감한 방법과 노력으로 변신을 꾀했다는 점은 높히 평가하고있다.
<>.삼성은 이같은 재계의 시각에 대해 변화의 결실은 당장 기대할수 없는
것이며 지난1년간의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신에 나서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체평가대로 구성원들이 2단계 개혁에
대응할수 있을 정도로 실제 변화했느냐는 것이다.
일부에는 변혁의 핵심이 돼야할 임원들이 변하는체 하거나 다시 복지부동
하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변화의 바람이 평사원이나 생산직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삼성의 경영진들은 약속대로
2년후에 신경영의 가시적인 결실을 맺게할 수 있느냐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2단계 개혁은 나부터의 변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강조하던 1단계와
달리 이를 바탕으로한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라는 가시적인 결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도 경영층에 큰부담이다.
이회장의 "5%조직론"대로 5%가 주도한 혁신이 2-3년내 결실을 거두지
못할때 외부의 따가운 질책은 물론 변화의 대열에 동참한 18만 직원과
협력사의 불만은 예상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라는 것은 1년이라는 단시간내에 이루어질수 없는 것이다.
대기업그룹의 경우 더욱 그렇다.
따라서 삼성그룹은 각사 사장 임원이 선두에 서면서도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본격화돼야 한다는 것이 2단계 개혁의 방향으로 잡고 있다. 또
조직 분위기 안정으로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데 주력하면서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변화로 자신감을 심어가겠다는 자세이다.
<김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