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국내 PC업계에서는 가정용 컴퓨터인 "홈PC"을 앞다투어 내놓은
적이 있었다.

각 업체마다 가족들이 함께 쓸수 있는 가계부 일기 게임 사주 바이오리듬
등 소프트웨어를 듬뿍 담은 PC를 안방에 실어나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홈PC는 나온지 얼마돼지 않아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PC앞에
다정하게 앉아있던 엄마와 아이의 포스터도 함께 없어져 버렸다.

업계에서는 당시 "홈PC가 가정에서 쓸만한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고 음악이나 영상부분에 대한 처리 기술이 떨어져 TV나 오디오와
기능면에서 경쟁할수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최근 멀티미디어 기술 개발과 교육용 컴퓨터 수요의 확대,각급학교에서의
컴퓨터 교육실시등은 각 업체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가정용 컴퓨터에
눈길을 돌리게 했다.

CDP수준의 음질에 일반 TV보다 더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멀티미디어
PC가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일제히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별로 신통하지 않다. 지난달초 대대적인
판촉행사와 함께 저가의 홈PC를 내놓은 한 업체는 한달동안 1천여대정도의
판매에 그쳤다.

기능면에서 뒤떨어지지도 않고 쓸만한 소프트웨어도 많이 담겨있는데
예상만큼 홈PC바람이 불지 않고 있는데 대해 업계에서는 당황하면서도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홈PC는 화목한 가정이 많은 가족중심의 문화가 발달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TV앞에서는 가족들이 말한마디 하지 않고도 몇시간을 견딜수 있지만
쉴새없이 기능조작을 해야 하는 PC앞에서는 가족들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매일 밤늦게 들어오는 가장과 하루종일 공부만 하라는 어머니 부모몰래
게임만 하려는 아이들만 있는 가정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대화와
사랑을 나누는데 필요한 홈PC는 설자리가 없다.

<김승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