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대로 "농어민의 요구를 망라한 것"이다. 경쟁력강화, 후생복지,
산업진흥, 기타분야등에서 모두 86건의 크고 작은 대책들이 모아졌다.
농어촌 부채탕감등 허황한 요구들이 자제된 것은 이들 대책들이 일정
부분 정책으로서의 소구력을 갖게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요구를 망라했던 그만큼 대책들간에도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않고
핵심사안에서는 정부측 대책과 근본방향을 달리하는 부분도 적지않아
마찰이 예상된다.
농발위의 건의는 다시 정부로 넘어가 최종대책으로 정리될 예정이지만
바로 이같은 점때문에 시책화과정에서의 갈등이 우려된다. 이번대책에서
재원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예산범주에서 움직이는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데 한계를 보일경우 이날
대책은 농어민의 기대를 부풀린끝에 실망만 확대재생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념적 측면이 강조됐고 학계의 지나치게 선진적인 주장들이 여과없이
포함돼 농정 당국자들은 벌써부터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부분은 역시 농지제도의 개편이다.
농지대책은 농발위와 정부안이 말그대로 정면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농지규제를 푸는쪽이라면 농발위는 제목에서부터 "농지규제의 강화"를
들고 나와 철학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농발위가 농지매입자격을 농민으로 제한하고 6개월 현지거주 요건과 20
통작거리 제한을 두자고 한 것은 이미 지난21일 이들 규제를 일괄폐지한
농림수산부를 당혹시키고 있다.
기업및 도시 자본을 농업에 유치한다는 정부측 복안도 원천적으로
부정됐다. 이날 건의는 농업법인에 대한 출자도 순수농민에만 엄격히
제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강경주장들은 최종 순간에 일부 재야단체 출신위원들이 강력하게
주장해 관철된 것들이어서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정부는 이들 강경주장이 농민들의 의사와도 무관한 것이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추곡수매에 대한 국회동의제는 당초 폐지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가 역시 최종순간에 존치하는 것으로 정리돼 정부에 짐을
계속지우는 방향으로 갔다.
"쌀"농사를 포기하는 부분만큼 이를 직접보상해달라(직접지불제도)는
건의는 과도한 행정수요는 차치하고라도 추곡수매와 더불어 매년 농정이
정치의 볼모화되는 악순환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농수축협등 농민단체에 정치활동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최종보고안에
올랐다가 대통령보고를 하루앞둔 23일에야 부랴부랴 제외되는 혼선을
빗기도했다.
이같은 건의들은 추곡수매제 존치주장과 더불어 농발위가 지나치게
정치적 계산을 많이했다는 비판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농발위의 활동과 건의안들은 일정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않다.
이번 농발위 활동은 농정 사상 처음으로 농민과 정부, 단체와 학계가
무릎을 맞댔고 장단기적인 농정의 과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내는
기회가됐다. 유통명령제등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정책선택의 폭도
그만큼 넓혔다.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야의 농민단체들도 참여해 장외의 정치적
압력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제도권의 논리와 농업행정의 한계를 공동인식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은 농발위원 스스로의 평가이기도 했다.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정부는 이날의 대책을 넘겨받아 당정회의
등을 거쳐 오는6월 중순까지 시책화해 나갈 방침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