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은 올리버 스톤감독의 베트남전영화 완결편이다.

"플래툰"(86년) "7월4일생"(89년)을 통해 가해자의 입장에서 베트남전을
바라보았던 그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베트남전을 정리하고 있다.

레이 리 하이슬립의 자전소설 "하늘과 땅이 바뀔 때"가 원작. 중부 베트남
의 아름다운 쌀농장 키라. 풍씨집안의 딸 레이 리(헵 티 리)는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두는 것을 행복으로 아는 부모아래서 꿈을 키우며 자란다.

어린시절 프랑스군의 포격에 놀란 기억을 잊어갈 무렵, 마을에 베트콩이
들이닥친다. 그들은 "우리땅은 우리의 손으로 지켜야한다"며 오빠 둘을
데리고 떠난다.

곧 이어 미군과 정부군이 마을에 진을 친다. 레이 리는 베트콩에게 협조
했다는 혐의로 정부군에게 고문을 당하고, 석방된 후에는 베트콩에게 끌려가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도시로 이주해 하녀생활을 하다 주인의 아이를 갖게돼 거리로 쫓겨난다.
양주 양담배 마리화나를 팔며 사생아를 혼자 키우다 돈때문에 잠시 밤의
여자가 되기도 한다.

그녀에게도 새삶은 기다리고 있었다. 미군 스티브(토미 리 존스)를 만나
신방을 꾸민다. 전쟁의 끝무렵 레이 리는 두 아들을 데리고 스티브의 고향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러나 미국도 또 다른 고통의 땅. 전쟁의 상처를 잊지
못한 스티브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하늘과 땅"은 천지, 즉 세상을 뜻한다. 프랑스 미국 캄보디아 중국의
총칼에 베트남천지는 얼마나 많이 변했던가. 그 격변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지하나로 버텨온 인간승리가 이 영화안에 담겨있다.

피해자의 입장에 섰다는 이유로 미국에선 흥행실패를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베트남인들의 피해자적 입장과 양국민의 전쟁 후유증을 다룬
두편으로 만들었어야 했을 영화가 한편에 묶이다보니 한없이 길어졌다.

2시간18분의 러닝타임 30%정도는 잘라내도 좋을듯. 회상과 악몽장면에서
자주 쓴 흑백씬은 호흡단절을 초래한다. 아름다운 화면과 연기자들의 열연은
인상적이다.

TV시리즈 "실크로드"의 음악을 맡았던 일본인 기타로는 동서양의 묘한
조화를 선율에 실었다. 레이 리의 고단한 삶의 여정이 기지촌주변의 우리
누이들의 삶과 자주 교차돼 착잡한 심정을 떨칠 수 없게하는 영화다.

(워너브라더스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