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이 변하고 있다. 이달초 부서장들의 업무추진비를 큰 폭으로 인상한데
이어 임원들의 승용차도 로열프린스에서 동급의 그랜져로 일제히 바꾸었다.
포항과 광양 양제철소근무자들에게 해외시찰(체험교육)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여직원들의 근무복장도 자율화했다.

이에앞서 3월말에는 조직을 개편, 본부장제와 팀제를 도입하고 이와 연계
해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과장급이상 간부사원 97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외에도 명예퇴직제의 도입과 간부사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해외연수를 추진중이다.

제철보국의 사명감을 무엇보다도 앞세우던 과거의 권위주의적 분위기에서는
쉽게 생각할수 없는 조치들이다. 김만제회장이 일으키고 있는 변화다.

물론 이같은 변화는 민간기업의 시각에서 보면 별게 아닐수도 있다.
포철의 장래에 어느정도의 플러스효과를 가져올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더러는 포철내의 기반확보를 위한 김만제회장의 인기정책에 불과하며 긴장을
요하는 제철소의 특성을 고려할때 조직을 너무 이완시킨게 아니냐고 지적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포철내부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는 점이다. 우선 경직된 과거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으며 회사에 대한
종업원들의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박태준전회장의 불명예퇴진과 세무조사, 그리고 정명식전회장과 조말수
전사장간의 불협화음이 가져다준 자조적인 분위기도 없어졌다. "김회장이
그간 단행한 세차례의 인사에서 외부인사를 단한사람도 끌어들이지 않아
내부동요를 진정시킨데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직원들이 느끼는 이질감을
해소, 주총직후 회사에 감돌던 일종의 좌절감을 기대감으로 바꾸어 놓았다"
고 포철사람들은 말한다.

포철직원들은 이같은 변화를 "녹색경영바람"으로 이해한다.

김만제회장은 지난3월8일 취임사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토록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고 개인의 창의와 자율을 존중, 민주적 조직풍토와
투명한 기업상을 구축하는 녹색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는 진취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김회장취임이후 포철이 취한 일련의 파격적인 조치들은 모두
유연성 민주성 투명성을 골간으로 하는 녹색경영과 국제화라는 시대적
조류에 선이 닿는것 들이라고 포철은 밝혔다. 예컨데 기조실신설 팀제도입
등의 조직개편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처우개선은 업무의욕제고와
함께 부조리개입의 소지를 제거, 조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해외연수확대는 질적성장으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
이라고 덧붙였다.

김회장은 녹색경영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기 위해 내부의견수렴절차로
전사원과의 대화도 시도하고 있다. 이미 과장급이상 간부사원들과는 한차례
이상씩 자리를 같이했다. 점심시간을 이용, 부서단위로 진행되는 말단
사원들과의 오찬도 거의 끝냈다. 주말이면 포항 또는 광양으로 내려가 현장
근로자들과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는다. 제도개선과 조직상층부의 이같은
자세전환이 맡물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셈이다.

그렇다고 포철이 계속해서 순풍을 타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조직관리
라는 관점에서 볼때 사기진작방안에는 반드시 이완을 방지키위한 통제조치
내지는 강화된 실적평가장치가 뒤따르게 마련이고 철강경기가 지금처럼 늘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포철이 변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밑바닥
까지 바뀌었다고 볼수는 없다. 게다가 김회장은 포철건설과정에서 함께
고생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전임회장들과 같은 동지의식도 없다. 따라서
불경기로 어쩔수없이 종업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도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으며 그런점에서 "외부인사 영입없이도 잘
꾸려왔다"는 포철맨들의 자부심을 지켜주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지적
이다.

<이희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