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무기력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아침에 고개를 쳐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없이 수그러지는 "전강
후약" 양상이 1주일가량 이어지면서 거래량이 2천만주대로 뚝 떨어졌다.
간간히 매기를 끌어당기는 재료가 나타나지만 이내 힘을 잃어버리고 말아
한산한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도세력이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한마디
로 재미없는 장세가 전개되는 것이다.

요즘 주식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는 가장 주된 이유로는 체력약화가 손꼽힌
다. 주식시장의 수급구조를 따져볼때 주가를 끌고올라갈만한 에너지가 형성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의 대기매수세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고객예탁금은 지난9일현재
3조2백억원선을 기록,3조원 붕괴에 직면해있다. 지난14일 3조1천9백54억원
에서 4일연속 1천7백억원이상이나 줄어든 것이다.

고객예탁금이 단기간에 크게 줄어든 것은 증시 안팎에서 이돈을 끌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시 안에서는 상업은행의 유상증자,증시 밖에서는 한
국통신주식 매각에 거액의 증시자금이 흘러갔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통신 주식 매각은 또한차례 증시에너지를 갉아먹을 전망이다.
19일 마감된 입찰에서 낙찰되면 오는 23-26일사이에 주식대금을 내야하는데
4천억원정도인 납입대금 가운데 적지않은 부분이 증시에서 흘러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증시로 자금이 흘러들어올 여지는 거의 없어보인다. 돈이 흘러나가
는 "구멍"은 크게 뚫려있은데 반해 유입구는 거의 막혀있는 형편이다.

현상태에서 예상되는 신규자금 유입창구로는 외수펀드 설정과 일본계자금
투자개시가 고작. 그나마 그 시기가 빨라야 5월이후로 예상되는데다 매수여
력을 크게 늘려주지는 못할 것이란 평이 강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가를 떠받쳐온 것이 기관투자가들이었다.
그러나 기관의 역할이 계속될 것이란 기대는 무리라는 인식이 형성되고있다.

국내기관투자가들은 이달들어 19일까지 3천1백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순매
수규모가 지난달 전체에 비해 50%이상 늘어날 정도로 매수강도를 높여왔다.
자금사장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은 상황을 보이면서 기관이 매수쪽으로 방향
을 잡아왔으나 더이상 이어지기는 힘든 형편으로 분석된다.

장세전환점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는 "잔인한 4월"의 마지막 열흘에 모아지
고 있다. 장세의 향방을 점치려면 물량소화과정을 좀더 거쳐야 하지만 현재
증시체력으로 볼때 "시간이 걸릴것 같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잔인한 4월"을 예상보다는 덜 어렵게 보냈다는 평가와 함께 바닥다지기를
거쳐 새달이 되면 새로운 흐름을 기대해볼만하다는 희망론도 일고있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