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리스 트라웃"은 인종주의 극복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평등과 박애의 거창한 덕목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열정과 광기의 묘한 대조를 통해 인종주의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1949년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패리스 트라웃(데니스 호퍼)은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다.

흑인 헨리가 자동차를 사갔다가 겉만 색칠한 고물차라며 돌려놓고가자
그는 분노한다.

흑인 집단거주지를 찾아간 트라웃은 권총을 난사해 헨리의 여동생을
죽이고 어머니에게 중상을 입힌다.

그는 살인죄로 기소됐지만 흑인 아이 정도 죽인 것은 별문제 아니라고
여긴다.

아내 한나(바바라 허쉬)는 흑인들을 위로하고 왔다는 이유로 자신을
능욕하는 등 트라웃이 광기를 보이자 호텔로 피신하다.

변호를 맡았던 시그레이브스(에드 해리스)도 트라웃의 부도덕에 실망하고,
억압돼 살아온 한나에게 연정을 느낀다. 트라웃이 구속되자 둘은 사랑의
여행을 떠나려 한다.

그러나 판사를 매수해 가석방된 트라웃이 그들앞에 나타난다.

거리에서는 남부군의 복장을 입은 마을사람들의 카니발퍼레이드가 한창인
가운데 트라웃의 광기는 마침내 폭발한다. 영화는 이 마을에 당시 광견병이
번졌다는 얘기로 시작된다.

트라웃에게 피살된 소녀는 피살 며칠전 광견병에 전염된 여우에게 물렸다.
인간의 탐욕의 광견병이상의 해악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꿈의 나라.

그것이 미국에 살거나 찾아들어온 사람들이 가졌던 어메리칸드림이다.
최선을 다한 정복과 쟁취의 열정은 숭고한 것이지만 때로 탐욕이 지나쳐
광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 길렌할감독의 경고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이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인종간의 갈등이다. 그러나
돈과 우월주의로 가득한 광기와 격렬한 사랑의 열정을 대비시킨 것은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의 두 토끼를 쫓은 결과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2연패한
바바라 허쉬의 지적이고도 농염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12일 단성사개봉)

<권녕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