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작가들을 중심으로 애용되고있는 추리소설기법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견작가들이 현대인의 심리갈등, 인간의
본성등을과감히 추리적기법으로 다룬 장편3편을 최근 잇따라 내놓아 관심을
끌고있다.

중견작가 한승원씨(55)가 펴낸 "시인의 잠"(문이당간)과 고원정씨(38)의
"바다로 가는 먼길"(상,하권,문학동네간),한유림씨(53)의 "여자의 선택"
(21세기북스간)등이 화제작들.

"긴박한 전개와 치밀한 구성"이 특징인 추리기법을 다룬 소설이 국내
문단에 본격적으로 유행된 것은 지난8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이 소개되면서부터.

지난해 여름 출간된이후 현재까지 장기 베스트셀러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있는 "영원한 제국"(이인화작)도 추리소설기법이 두드러지는 소설
이다.

이인화씨스스로도 작품후기에서 자신이 움베르토 에코,코난 도일,반 홀릭
등 추리소설작가들의 작품에서 각종 모티브를 참조했다고까지 밝힌바있다.

한승원씨는 그간 짙은 토속성을 바탕으로 한국적 샤머니즘과 소박한
농민들의''정한을 탁월하게 형상화해온 중견작가. "시인의 잠"은 작가의
고향이자 그의소설의 원천인 전남장흥바닷가의 마을을 무대로 펼쳐진다.
동심의 세계를 살고있는 한 시인을 통해 삶의 진실과 꿈,그리고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추리적기법으로 그렸다.

교통사고로 인해 정신적으로 열살전후의 삶을 살고있는 32살의 주인공인
시인 이재식이 자신의 아내에 의해 고향마을에 방치되면서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이 시작되고 그 갈등과 갈등의 해소가 이작품의 중심내용이 된다.

"이세상에서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나는 이소설에서 주인공들처럼
슬프고 아름답게 꿈꾸고 열애하며 살다 어느날 문득 한점 흰구름이나
한마리의 새가 되어 먼하늘로 날아가고싶은 소망으로 이글을 썼다"고
한씨는 밝혔다.

"바다로 가는 먼길"은 일상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모든 현대인의
심리를 추리기법으로 파헤친 작품이다. 직장에서의 위치,가정의 행복등
어느것 하나 남부러울 것없는 재벌기업의 40대 이사 민동욱의 갑작스런
실종과 그의 실종을 의도된 것으로 확신한 부인 오영채가 그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줄거리로 엮어간다. 민동욱의 도피행각을 뒤쫓는 가운데 "참다운
자유와 행복이란 무엇인지,그것들은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지"의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중견작가 한유림씨의 "여자의 선택"은 치열한 기업환경속에서 커가는 한
기업의 성장사이자 이 기업과 더불어 인생의 부침을 거듭하는 한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기업세계를 배경으로 추리적 기법을 가미,기업,지하경제,
권력의 냉혹한 먹이사슬관계를 리얼하게 묘사하고있다.

일류대음대출신의 미모의 중소기업여사장 장은주,지하사채시장의 대부
황치우,권력자 차병호등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문학평론가 박환일씨는 "추리기법으로 풀어나간 소설들의 성패는 작품의
성질에 따라 다르다"면서 "잘만 하면 문학성도 살리면서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 될수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자칫 흥미본위 위주의 3류소설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것은 주의해야할 점"이라고 밝혔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