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닌텐도사가 세가사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지 세가사에 빼앗겼던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것이 닌텐도의 최대 숙원이다.

올해 66세인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이 미현지법인인 닌텐도아메리카사의
경영진 개편은 물론 개발및 판촉등 전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작업에
착수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닌텐도사는 지난 80년대 중반이후 게임기를 등장시키면서 엄청난 돈을
챙겼다. 순식간에 일본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미국시장에 진출한 이후에도
급성장가도를 달렸다.

한창때인 지난 87년부터 91년까지 닌텐도의 대미 수출은 무려 8배나 급증
했다.

닌텐도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본내부의 적인 세가사의 도전에 직면하면서
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수개월에 걸친 출혈경쟁끝에 한때 60%에 달했던 닌텐도의 미시장점유율
(16비트게임기)이 지난해말에는 37%까지 떨어졌다(미골드만삭스사 분석).

그결과 올해 닌텐도의 세전 순익은 지난 92년보다 40% 줄어든 9억2천만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미베어링증권사는 분석하고 있다.

야마우치 사장은 이같은 부진에는 자신의 사위이자 닌텐도 아메리카사의
사장인 아라카와 미노루에게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세가사
가 지난 90년부터 비교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을때 이에 대응할만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 야마우치 사장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야마우치 사장은 아라카와를 지목해 "세가사가 광고를 통해 닌텐도 게임기
는 애들 장난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수수방관했다"고 질책했다.

야마우치사장의 경영혁신구상은 여러가지 복안을 깔고 있지만 최우선
과제는 미국시장에서의 재난 수습이다.

야마우치는 무엇보다도 아라카와가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바꾸고 미현지
스태프들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토록 주문하고 있다. 그는 또
닌텐도아메리카의 수석 부사장이었던 버클리대 출신의 하워드 링컨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 아라카와와 공동으로 경영 책임을 떠맡도록 했다.

야마우치 사장은 사전경고도 잊지 않았다.

"아라카와에게 한번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자리를 보장 받지 못할 것이다" 이를 전해들은
아라카와 사장은 부랴부랴 "올해는 닌텐도 아메리카사 역사상 가장 공격적
인 마케팅의 해가 될것이다"라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야마우치사장은 급락세로 돌아선 닌텐도의 순익을 떠받치는 길은 마진이
낮은 하드웨어 판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수익성이 높은 소프트
웨어 부문 생산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못박는다.

지금까지 닌텐도는 상당수의 게임 개발을 코나미 혹은 캡콤과 같은 개별
기업들에 맡겨왔었다. 그결과 사내에서 개발된 게임종류는 전체 소프트웨어
매출의 35%에 불과했다.

반면 세가사의 사내 개발 소프트웨어는 전체매출의 45%에 달했다.

야마우치사장은 내년에 첫선을 보일 가정용비디오게임기 "프로젝트
리앨러티"의 초기 게임들은 대부분 닌텐도 자체내에서 개발하거나 합작투자
를 통해 개발할 방침이다.

야마우치 사장의 신전략가운데는 기존의 전통적 방식을 벗어난 과감한
발상전환을 내용으로한 것들이 많다.

가령 프로젝트 리앨러티의 경우 세가나 소니 3DO사가 유행처럼 채택하고
있는 콤팩트디스크 대신 카트리지만을 사용한다는 것이 야마우치 사장의
전략이다.

이는 카트리지 제작비용이 콤팩트디스크 제작비용 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기기면에서는 콤팩트디스크 게임기 판매가격이 카트리지 게임기보다 적어도
2배이상 비싸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닌텐도측의 설명이다.

콤팩트디스크 게임기는 카트리지 게임기에 비해 스크린상에 영상을 찾아
띄우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닌텐도는 이외에도 다른 많은 카드들을 갖고 있다.

지난 1월에 공개된 NEC사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토대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멀티미디어 부문에 대한 합작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닌텐도의 상식적 관습을 초월한 새로운 발상전환은 일부 국내 전문가들로
부터 상당한 비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닌텐도의 성공은 전문가들의 분석이 아니라 야마우치사장의 직관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을 고려할때 섣부른 비평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