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는 극도의 세련성을 지녔던 고려조 귀족문화의 소산이자 민족자존
심의 발로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술사학자 박영숙교수(영국런던대강사)는 최근 호암미술관 주최로 열린
고려불화전특별강연회에서 고려불화는 색채의 절묘한 배합과 섬세한 묘사법
등으로 인해 중국을 비롯한 주위 어떤나라의 불화와도 구분된다고 전제하고
이는 고려불화가 몽고의 침입으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고려인의 민족
혼을 되살리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
다.
박교수는 특히 일본 대덕사소장 "수월관음도"및 원각사 소장 "지장삼존도"
는 잃어버린 국혼의 회복을 위해 왕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고 주장,관심을 모았다.
원각사 소장 "지장삼존도"는 지금까지 14-15세기 중국 다시말해 원 또는
송대의 것으로 알려져온 불화.
높이 2m가 넘는 대작으로 색채와 필선이 놀랍도록 화려하고 정교해 일본학
자 대부분이 송대의 것이지 한국것일리 없다고 단정해왔다는 것이 박교수의
전언.
박교수는 하지만 송대불화의 경우 대부분 부처의 가사를 단색으로 처리하
고 있어 원각사 "지장삼존도"처럼 온통 금박을 입힌 것은 찾아보기 힘들며
각종 문헌을 중심으로 살펴봐도 이는 14-15세기의 송대불화가 아니라 고려
고종의 대몽항쟁기간(1231-1259)이었던 13세기 중반에 고려인에 의해 그려
진 것임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