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이번인사는 계열사는 물론 그룹경영에까지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한화그룹은 이번인사에서 성락정 경인에너지회장을 주축으로 오재덕
부회장이 뒷받침하는 체제로 그룹경영의 골격을 갖추게됐다.

성회장은 임원정기인사 등을 최종확정짓는 등 그룹회장대행으로서
모든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지난 61년 공채1기로 한국화약과 인연을 맺은이래 최장수경영기획
실장 (주)한화사장.부회장 등을 두루거친 그룹의 산증인 오부회장은
그룹경영과 관련, 성회장의 조언자역할을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인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의 하나는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매출
1조원이상 기업을 중심으로한 업종별 전문화에 대비한 공채출신 등
전문경영인의 부상.

서울대상대출신의 공채2기인 이진우제일증권사장이 업종전문화로
통합이 검토되고있는 (주)한화 골든벨 동양전자통신사장으로 선임
됐다.

이사장과 서울대상대동창이자 입사동기인 박원배 한양화학사장은
성회장의 그룹회장업무수행으로 생길 경인에너지쪽 업무공백도
챙기게돼 사실상 그룹내 최대업종인 석유화학.에너지를 총괄하게
됐다.

서울대법대출신으로 그룹내 국제통인 박두용경영기획실장의 제일
증권대표이사승진도 금융시장개방에 대비, 금융관련업종을 한데 묶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문경영인체제구축을 내용으로하는 이번인사와 관련, 주목되고 있는
것중 하나는 김승연그룹회장의 앞으로의 행보. 김회장은 그룹명예를
실추시킨데 대해 근신하는 의미에서 앞으로 6개월동안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7일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

그는 오너만이 행사할수 있는것으로 통해온 임원정기 승진인사를
계열사대표이사가 결정하고 성락정회장이 확정토록 위임, 경영불관여
입장을 분명히하고 나선것.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때 김회장은 일본에서 잠시 머무른 다음 자신의
공백으로 중단위기에 빠진 그리스국영정유공장인수 등 굵직 굵직한
해외프로젝트들을 성사시키기위해 현지로 뛰어들것으로 예상된다.

김회장구속여파로 타격을 받은 프로젝트들은 일산 20만배럴규모
그리스국영정유공장인수, 카자흐공화국의 경제개발계획참여, 불가리아
금융시장진출 등.

이들 프로젝트는 규모나 현지정치, 경제사정 등으로 볼때 김회장이
직접 나서지않고서는 성사되기가 불가능한 것들이다.

따라서 김회장은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현지정.경제계관계자들과
만나 중단위기에 빠진 이들 프로젝트를 재추진하게 될것이라는게
그룹안팎의 시각이다.

<김경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