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달라지고있다. 내부적으로는 타협과 양보를 통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있고 대외적으로는 "기업이
할일을 먼저 하고나서 요구사항을 내세운다"는 원칙을 정립,이행함으로써
국민과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어가고있다.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고 자신감이 살아나다보니 정부에 대해서도
제목소리를 내고있는 모습이다.

재계의 이같은 변화를 "담합을 통한 나눠먹기"라거나 "정부의 원격조정"
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원색적으로 경쟁기업을
비방하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만 앞세우던 과거와 비교하면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재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제2이동통신 컨소시엄구성과
관련한 일련의 자율조정.

사실 체신부가 "2통"의 사업자선정을 전경련으로 떠넘겼을 당시만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재계분열의 씨앗이 던져졌다는 냉소적 평가에서
부터 전경련이 체신부의 요청을 거부할지 모른다는 소문들이 재계안팎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전경련은 체신부의 요청을 두말없이 수용,지금까지 별무리없이
매듭을 풀어가고있다. 회장단 스스로 제2이동통신을 자율조정의 표본이
되게한다는 목표아래 앞장서서 양보와 타협의 자세를 보여주었고 관련기업
들도 회장단의 뜻을 따라주었다. 선경의 "2통"포기나 쌍용과 동양의 지배
주주포기는 과거의 분위기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이라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문제를 피하거나 정부로 떠넘기지않고 재계가 스스로 대화를 통해 해결
하려는 이같은 변화는 지난 26일의 경총확대회의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날 경총회장단은 경제5단체장 10대그룹회장 재계원로 노총위원장
산별연맹위원장등이 참석하는 노사대표자간담회를 열것을 노총에 제안키로
했는데 정부에 의지해 노사문제를 해결하려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난
자세전환이다.

재계의 변화된 모습은 지난24일 열린 30대그룹기조실장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회의에서 기조실장들은 금융 외환 토지 고용 물류 등
핵심부분의 규제완화 미흡으로 국가경쟁력강화의 걸림돌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관련규제를 과감히 풀어줄 것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앞서 기조실장들은 건의에 앞서 정부의 규제완하가 가능토록
재계가 부작용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키로 합의했다. 방적으로 규제완화를
요청할게아니라 정부가 우려하고있는 부작용을 판단 재계스스로 걸림돌을
없에므로써 규제완화를 유도하자는 것이었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난에
촛점이 모아졌던 종래의 분위기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한 참석자는
토로했다.

기조실장은 이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도 협의, 외국기업들의 덤핑
공세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을 해결해주기위해 대기업이
나서서 덤핑제소를 대행해주는 방안도 협의했다.

재계는 제2이동통신 컨소시엄구성 규제완화뿐만아니라 경제활동과 관련된
제반문제는 앞으로도 재계자율로 풀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있다. 예컨데
해외시장에서의 과당경제문제나 과도한 제품가격인상과 같은 문제도 기존의
자율조정위원회를 활성화,여기서 해결해나가기로했다. 전경련이 주축이돼
공정경쟁협의회(가칭)를 구성,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일부를 재계가 알아서
처리하는 방안도 구상하고있다.

경제관련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동시에
재계내부의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희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