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여부와 그 시기를 놓고 새해벽두부터 정치권을 뒤흔든 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21일 여야의 적극적인 입장표명에 따라 드디어 개편본격화
쪽으로 까닭이 잡혔다.

여야는 그동안 개편의 당위성은 수긍하지만 앞장서서 추진하지는
않겠다던 신중한 자세를 돌변, 공교롭게도 이날 민자당의 문정수사무
총장과 민주당의 이기택대표가 나란히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지난 19일 행정구역개편문제에 대한 여야정책위의장단간 첫 의견조율
에서 "신중검토"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린것을 감안할때 이같은 자세
변화는 다소 뜻밖인 셈이다.
이에대해 민자 민주 양당의 관계자들은 상황의 급진전이 아니라 자연
스레 개편공론화수순을 밝고 있을뿐이라는 반응이다.

여야관계자들은 김영삼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강조한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도 행정구역은 반드시 개편돼야하고 그 시기가 내년의
자치단체장 선거이후로 미뤄질 경우 개편은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은것으로 판단, 적극적으로 개편추진에 나서게된것이라고 배경
설명을 하고있다.

이제 행정구역개편문제는 본격 논의단계에 접어들고있지만 여야가
아직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놓지는 않은것 같다. 다만 개편방향과
시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여야간 묵시적 합의가 이뤄진것으로 보인다.

광역자치단체는 손대지말고 시.군통합등 기초자치단체만 논의하자는게
바로 그것이다. "광역"을 건드릴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조정문제와
맞닥뜨리는 만큼 선거구조정을 최소화할수 있는 "기초"만 개편해
행정비용을 줄이고 지역균형발전도 꾀하자는 정치적 이해가 맞아
떨어진것으로 봐야한다.

민자당의 문총장이 이날 제시한 개편방향을 보더라도 이러한 계산이
깔려있음이 드러난다. 그의 개편방향은 내무부등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도농통합형" 지방자치단체구성안과 똑같다. 이안에 따르면
개편대상지역은 전체 시 68개중 인구 10만명 이하인 33개 지역이 해당
된다.

구체적으로는 경기도의 송탄 과천 평택 미금 의왕 하남 동두천 오산등
8곳, 강원의 동해 태백 속초 삼척등 4곳,충남의 공주 대천 온양 서산등
4곳,전북의 정주 남원 김제등 3곳,전남의 나주 여천 동광양등 3곳,경북의
김천 영주 영천 상주 점촌 경산등 6곳,경남의 충무 삼천포 밀양 장승포등
4곳,제주의 서귀포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 지역은 통합한다하더라도 선거구가 시.군을 포괄하고있어 큰
문제는 없는것으로 돼있다.

개편시기의 경우 문총장이 오는 6월말까지를 시한으로 하고있는
국회정치특위에 이 문제를 맡기자고한 점과 무관하지않다. 단체장선거를
앞두고 개편에 따른 행정적 후속조치를 마쳐야하는 일정등을 감안해볼때
올 상반기까지는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있음을
알수있다.

그러나 개편문제가 앞으로 "각론"에 들어갈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
된다.
우선 시.군통합의 경계조정을 두고 지방의회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행정적 처리나 공무원의 감축
문제를 놓고도 힘겨운 씨름을 벌여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개편작업을 서두를 경우 주민생활권의 특수성과 편의를 도모하기는
커녕 오히려 불편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나올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삼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