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들에게 랑콤이란 브랜드로 잘 알려진 세계최대의 프랑스
화장품그룹 로레알이 미국시장에서의 부진을 씻어내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2%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시장 점유율은
7.5%로 서열 4위에 머무르고 있는 점이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
이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올린 로레알의 매출액은 12억달러. 86년
이래 매년 두배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3명의 경쟁자를 앞세워야
하는 현실을 더이상 두고볼수 없다는 자세이다.

연간 6백억달러규모의 세계화장품시장중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지속적인 매출증대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큰시장에서의
성적표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로레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가격이 경쟁사 제품
보다 비싸다는 점이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시선이 포장이 단순하고 값이
싼 제품에 쏠리고 있는 이른바 "말보로효과"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로레알의 고품위정책은 자연 시장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의
대형백화점들이 연속되는 적자에 못이겨 하루가 멀다하고 나자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백화점마케팅에서의 강세는 별로 자랑할것이 못됐다.

때문에 로레알은 미국시장공략을 위해 저가격정책을 우선하고 있다.
프록터&갬블 유니레버 등 경쟁사들이 틀어쥐고 있는 슈퍼 드럭스토어
대중양판점(GMS) 등 저가대중제품 유통채널침투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납품체제를 정비, 향후 2년내 제품가격을 10%낮출 예정이다.
1만여종의 제품가짓수를 줄이는 한편 포장표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로졸제품은 이미 다섯가지에서 두가지로 줄였다. 용기마개도 특수한
것을 배제하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이익을
꾀하자는 것이다.

연구개발활동에 무엇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한
부문에서 시장확대의 돌파구를 찾자는 전법이다.

지난88년 오웬 존스가 회장을 맡은 이래 3백명의 연구진을 보강,
이제는 1천3백명에 달하는 최강의 연구진용을 갖추고 있다. 연간
2억달러를 연구개발비용으로 투입하고 있다.

선스크린크림, 주름살제거효과가 있는 리포좀, 헤어무스, 간편하게
쓸수 있는 머리염색약 등 개발되기 무섭게 확산됐던 첨단제품으로
경쟁자를 따돌리겠다는 구상이다.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기술력을
고가제품에서부터 대중저가제품에까지 확대적용, 저가제품시장의
고급화를 유도함으로써 드럭스토어나 슈퍼마켓을 찾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붙들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광고물량 공세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미국시장에 저가브랜드를
침투시키기 위해 92년보다 10% 늘어난 1억달러를 광고판촉비로 쏟아
부었다.

89년 플렌티튜드브랜드 제품으로 프록터&갬블의 오일 오브
올레이브랜드 영양크림과 맞붙었을 때 단기간에 5천만달러를 투입,
기선을 제압하기도 했다.

기업인수를 통한 가지늘리기 자세도 만만치 않다. 미 레드켄연구소를
2억2천5백만달러에 인수, 뷰티살롱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0위에 머물고
있는 뷰티살롱제품시장에서의 순위를 단번에 1위로 끌어올릴수 있는
탄약을 확보한 셈이다. 로레알이 1907년 화장품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이용실용 머리염색약으로 출발했던 기억을 되살려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미국시장을 일구겠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에스테로더
뉴트로지나 겔랑등과의 접촉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미국내 판매조직도 대폭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비효율적으로 운영,
시장확대에 걸림돌 구실을 했던 미국총판 코즈메어사의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어느정도 합의점에
도달한 상태이다.

로레알의 이러한 구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앞으로 10년이내에 미국시장
점유율을 지금보다 2~3배이상 끌어올릴수 있다는게 오웬 존스회장의
계산이다.

"우리는 강하다. 이길수 있다" 세계최대 화장품그룹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할 것인가를 판가름하게될 시험을 앞두고 있는 오웬 존스회장의
말이다.

<김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