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증권의 주인이 상업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바뀐 14일의 상업증권
매각입찰은 제일은행이 "반드시 상업증권을 사겠다"는 의지로 응찰가격
을 단계적으로 올려 낙찰됐다.

이미 신한투자금융 제일시티리스 일은투자자문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제일은행은 이번에 상업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상업상호신용금고도
취득, 종합금융업을 영위하는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이날 입찰에서 상업은행은 "매각가액 최저 3천5백억원"을 고수했다.
(주)한양의 자구노력계획서에 상업증권매각가액을 3천5백억원으로
못박은데다 은행의 확대이사회에서도 3천5백억원이상으로 팔수 있을
때만 정지태행장에게 가격결정의 자율권을 주고 그밑으로 팔아야할
경우엔 다시 이사회를 열도록해 3천5백억원이 상업은행으로선 마지
노선이었다.

결국 낙찰여부의 열쇠는 제일은행이었는데 제일은행은 3천억원이상을
제시할수 없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3천5백
억원에 끝단위를 더한 가격까지는 주겠다"는 자세로 이날 입찰에
들어갔다. 당초 제일은행은 상업증권의 합리적인 매입가격을 3천2백50
억원정도로 판단하고 외부에는 3천억원이상이면 사기 어렵다는 식으로
연막을 쳤으며 내부판단가격에 소폭 올리는 정도의 값이라면 살작정을
했던 것이다.

제일은행은 이날 입찰이 세차례 실시되는 점을 감안, 첫번째입찰때는
상업은행의 의중을 타진하면서 동시에 값을 끌어내리기위한 협상카드로
3천억원을 써냈다. 결과는 유찰.

이철수제일은행장은 1차유찰을 예상이라도 한듯 "3천5백억원정도면
사라"는 지시를 다시 내리고 두번째입찰에 3천2백50억원을 써내는
기교까지 부리면서 결국 세번째 입찰에서 상업증권을 차지했다.

오는 2월주총에서 행장을 포함한 9명의 임원이 임기를 맞게되는
제일은행은 이번에 상업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인사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행장도 임기를 맞지만 작년에 행장이 된만큼 유임이 확정적이지만
일부 임원들은 승진대기자들을 위해 바깥으로 내보내야 할 형편이었다.
이날 인수한 상업증권이그길을 열어 줄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업증권사장은 민수봉, 회장은 김추규씨로 모두 상업은행
출신들이다. 지난 73년 설립된 상업증권의 자본금은 5백61억원이다.
경영이 어려워 상업증권을 팔수 밖에 없었던 상업은행으로선 매각
대금이 들어와 은행의 수지개선에는 일조를 하게됐지만 인수자가
경쟁은행이라는 점때문인지 몹시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상업은행의
한임원은 "어쩌다가 한 팔을 잘라내게 되는 꼴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고광철기자>